서 헌 철 목사.
서 헌 철 목사.

돈에는 인간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독특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1970년대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찍은 실험이 있었다. 사진 분석결과, 부유한 상류계층의 아이들은 중산층의 아이들 보다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연구자들이 취업면접을 위한 전략 개발을 핑계로 학생들을 실험실로 끌어들였다. 각각 2명의 학생이 한 데스크로 보내졌고, 그 자리에서 5분 동안 자기소개를 하며 대화를 진행했다. 이때 부유한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거리를 두면서 무덤덤한 태도를 보였으며, 시선이나 미소를 이용해 상대방과 접촉하지 않았다. ‘파트너'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필기구를 만지작거리거나 핸드폰을 체크하고 종이에 무언가를 그적거리는 등 자신에게만 열중했다.

돈이 사람을 변화시킨 것 같은 결과가 또다시 나왔다. 판돈이 클수록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줍는 피실험자의 수가 줄어들었다. 돈이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욕도 떨어뜨린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연구결과에서도 일치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오히려 부유한 사람들이 수입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보다 적게 기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비하면 빌 게이츠나 조지 소로스와 같은 명사들은 단연 돋보이는 예외다). 사이언스가 발표한 세 번째 실험에서는 피실험자들에게 두 가지 활동을 제시하고, 둘 중 어떤 활동을 더하고 싶은지 물었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카페를 갈 것인가, 아니면 혼자 집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을 것인가?” 또는 “집에서 혼자 볼 수 있는 DVD 세 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2장의 영화표를 택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었다. 피실험자들에게 사전에 슬쩍 돈을 상기시키자,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집단 활동보다는 개인 활동을 택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돈이 낯선 사람들과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아주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도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외에 6가지 이상의 유형의 실험 결과 돈이 개입되거나 연상될 때는 사회적인 성향이 줄어들고 개인적인 경향이 늘어났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도움을 주려는 욕구가 적었고, 또 역으로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는 성향도 약했다. 중요한 일을 혼자서 처리하고 싶은지 아니면 파트너와 함께 처리하고 싶은지를 물으면 돈이 많은 사람들은 혼자서 처리하는 쪽을 택한다. 따라서 돈은 타인을 차단하고 독자성을 띠게 하며 비사회적인 성격을 강화시킨다.(출처 : 바스 가스트 지음. 선택의 조건)

종교계, 정치계, 학계 기업 등 돈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 돈에 의한 환경이 인간의 존엄성을 피폐하게 만들어 자신을 포기하기 이르게 하는 보도가 빈번하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돈에 인성이 지배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어느 한 편에서는 추악한 웃음을 짓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비애를 느끼기도 한다. 하물며 우리 기독교 곧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라는 성도들 역시 돈 문제의 추악함으로 사회성을 논하기까지도 부끄러운 보도 등을 접하면서 우리 교회의 기도의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성도의 공동체인 교회의 공통적인 바람은 부흥, 성장 등이라 하지만, ’이것이 복음이다‘라고 하는 이면에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음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일을 행하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교회 성장‘이라 할 수 있을까? 또한 불편 부당 함을 알면서도 부스러기라도 챙기려고 신앙심마저 쓰레기로 만들어 버리는 심각성이 더해진다면 도대체 우리의 갈 길은 어디란 말인가?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9-10).

한국장로교신학 연구원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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