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화 목사.
임용화 목사.

종교개혁주일 505주년을 맞았지만,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은 아쉬움이 따른다.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대사회적 메시지마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속화의 물결과 무한성장주의, 개교회주의, 목회자 윤리의식 상실, 물질만능주의 등은 가뜩이나 한국교회의 굽은 어깨를 더욱 굽게 만들고 있다. 500여년 전 중세 유럽의 전철을 아직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한국교회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전쟁 와중에도 꺾이지 않았던 예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코로나가 가져온 온갖 풍파 속에서 문을 닫는 교회가 수도 헤아릴 수 없다. 근근이 버티고 있는 교회들도 점점 고령화되고, 초저출생 상황 속에서 동력을 잃어버릴까 우려스럽다.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한국교회가 본질을 잃어버린 채,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의 사명을 포기해버릴까 하는 문제다. 뒤늦게 종교개혁 정신을 토대로 개혁과 갱신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말만 앞설 뿐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무너져 버린 한국교회를 되살려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말씀으로 돌아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뼈를 깎는 각오로 산재되어 있는 작금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개혁과 갱신의 정신으로 오염된 한국교회를 자정시켜야 한다. 교만과 아집에 빠져 세상을 등한시 했던 과오도 반성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을 붙잡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처한 모든 문제의 해답은 말씀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어라란 말씀 증거에 앞장서야 하며, 고난과 역경에 처한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향해서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붙잡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말씀이 중심될 때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재부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오늘 한국교회 문제의 근원인 목회자들의 도덕적 타락도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누구보다 앞장서 세상을 온전히 세우고, 역사적으로도 고난과 역경에 처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몇몇 목회자들의 돈과 명예, 권력에 빠진 모습으로 인해 한국교회 전체는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다. 이들의 섬김보다는 대우를 받으려는 모습과 세속적인 것에 눈이 멀어 초심을 잃어버린 행태는 삯꾼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결국 이들의 파렴치한 이런 행태로 인해 이름도 빛도 없이 묵묵히 주의 종으로써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목회자들까지 욕을 먹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500여년 전 면죄부를 팔던 부패한 모습에서 탈피해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보다 낮아져 섬김의 본이 되어야 한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줬던 예수 그리스도를 본 받아 오늘 우리 주의 종들은 더 겸손해지고, 주님께 순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호화로운 예배당, 럭셔리한 승용차, 세상의 권력 등에만 몰두한다면, 더 이상 이 땅에 설 곳이 없다는 사실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를 타파해야하고, 연합과 일치에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물론 서로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오늘 여러 연합단체들의 하나 됨이 성사되지 못하는 이유도, 갖은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여전히 상대방의 허물만 켜고 있으니,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지 못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더욱이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주님의 지상명령을 어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앞장서는 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복음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일에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서도 한국교회가 화해와 평화, 하나 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나사렛 증경감독·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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