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헌 철 목사
서 헌 철 목사

‘장로 요한’은 전도 여행 중, 체격이 좋고, 얼굴이 준수하며, 열렬한 정신을 가진 한 청년을 한 감독에게 소개했다. 감독은 청년을 반겨 맡고, 그 청년을 한 장로에게 부탁했다. 장로는 감독이 자기에게 맡긴 청년을 집에 데리고 돌아와 교육하고 세례를 베풀었다. 이 때부터 장로는 청년에 대하여 마음을 놓고, 주의와 경계를 게을리하게 되었다.

이때 방종에 빠진 청년은 동료들을 규합하여 강도단을 조직하여, 그 단장이 되어, 그들 모두를 강폭과 피와 잔학으로서 복종케 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다. 요한은 다시 감독 있는 곳을 방문하여 “나는 맡긴 청년, 즉 한 형제의 영혼을 요구합니다”라고 하자, 감독은 대단히 괴로워하다가 울면서 말했다. “그는 죽었습니다.” “죽다니요? 어떻게 죽었습니까?”, “하나님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청년은 악한 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동류들과 함께 산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장로 요한은 옷을 찢고, 깊은 슬픔에 잠기어, 머리를 치면서 말했다. “나는 형제의 귀한 영혼을 잘 맡기노라고 했잖소....!. 곧 말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리고 누구든지 나를 청년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시오” 하고는 산속으로 찾아가 산적의 전위대에 붙잡혔으나, 도망하려 하지 않았고, 끌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도리어 “이렇게 되기 위하여 나는 온 것이다. 너희 두목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해다오”하고 외쳤다. 그때 산적의 두목이 무장을 한 채로 달려왔다. 그러나 요한이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두목은 곧 요한을 알아보고는 급히 도망치려 했다. 이때 그는 힘껏 외쳤다.

“아들아! 어찌하여 너는 아버지를 보고 도망하느냐? 나를 불쌍히 여겨다오, 아들아! 너는 아직도 생명의 소망 있다. 내가 너를 위해 그리스도에게 기도를 드리도록 하자, 필요하다면 나는 너를 대신하여 기쁘게 죽기도 하련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대신 죽어주심과도 같이, 네 대신 내 생명을 버리기로 하자! 그리스도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것을 믿어다오”

산지의 두목은 처음에는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가, 무기를 땅에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몸부림을 치면서 세차게 통곡하다 말고, 접근해 오는 노인을 얼싸안았다. 요한은 드디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일어나 청년의 오른손에 입을 맞춘 후, 그리스도의 긍휼로 인하여 사유된 것을 말해 주며, 확신케 했다. 청년은 다시 교회로 인도되었고, 그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게 되었다. 이 내용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Titus Flavius Clemens: 기원후 c.150 - c. 215)에 의한 기록입니다.

‘장로 요한’은 로마 황제 도미티안(Domitian A.D84-96)의 박해로 인해 ‘밧모섬’으로 유배되었다가 에베소에 귀환한 뒤 순교했습니다. 특히 ‘장로 요한’의 생명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컸었는가를 생각하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이들을 모아들이고, 탕자의 비유 (눅15:11-32) 등을 말하며, 한 생명을 귀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며 영혼 구원을 외치다가도, 어느 한순간 사람이 위험에 처하고, 불행한 일을 당할 우려가 있음에도 무관심한 것이 작금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따라서 작금의 10월 20일(토) ‘핼러윈’ 행사 현장에서의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청년 등을 생각하며 아파하며 통곡하는 이들이 있음에도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 국가 지도층 등의 뉘우침 없는 언사에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 사랑을 외치는 신자들의 무분별한 신앙심의 표현에서는 더욱 말문이 막힌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걸려 넘어지게 하는 일들이 없을 수는 없으나 걸려 넘어지게 하는 자에게는 화로다. 이 작은 자들 가운데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목에 연자방아 맷돌을 매달고 바다 속에 빠지는 것이 그에게 나을 것이다.(눅 17:1-2)

한국장로교신학 연구원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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