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 목사.
김중곤 목사.

믿기 힘든 일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젊은이들이 폭 5m에서 3.2m 밖에 되지 않는 좁은 골목에서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오전 6시 기준 사망 156, 부상 197명 등 사상자가 총 353명에 이를 정도로, 너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우선 희생자들과 그 가족, 그리고 부상자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넘치길 소망한다.

돌이켜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일인데도,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숱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시대는 AI가 홍수를 이뤄 4차 산업시대의 정점을 찍고 있으나, 안전의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갈수로 안전 불감증이 팽배하고 있다. 이렇게 주춤하는 사이, 어디서 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할지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최근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만 봐도 그렇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출근길 지하철은 한꺼번에 몰려든 승객 때문에 대란이 일어났다. 평소에도 출근시간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혼란스러웠다. 무리하게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과 끝없이 밀리는 승객들이 뒤엉켜 비명과 고성이 오가는 등 해당 지하철의 승객들은 최근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트라우마로 남아 더욱 고통스러웠다. 이처럼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두 번 다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책임을 지고,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또 현재 갖춰진 안전관리시스템을 보다 세밀하게 손봐 우리 국민들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의 안전의식은 높이고 안전 불감증은 없애는 정책을 끊임없이 펼쳐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위험요소를 면밀히 살펴보고, 혹시 모를 위험인자가 있다면 말끔하게 제거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는 많은 인파가 모이는 전국 행사들에 대해서 당국이 나서 안전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나라가 국민들의 안녕을 책임지겠다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지금은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를 할 때이다.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잘잘못을 따져서 정치화시키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젊은 우리 미래들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것은 우리 어른들, 기성세대들의 잘못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에서 연일 정쟁을 벌이고, 길거리에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집회를 연다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통용될 수 없다. 비극적 참사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는 이제는 멈춰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두 번 다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손보고, 관련법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댈 때이다. 책임 소재는 분명히 하더라도, 희생자들과 유족, 부상자들을 위한 노력이 먼저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잠긴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할 때이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어버린 그들의 공허한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줘야 한다.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가족의 죽음에 망연자실한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임하길 간구해야 한다. 저마다 주일, 수요, 금요철야 등 예배를 통해 희생자와 가족, 부상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헛발질만 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슬픔에 빠진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을 위해 기도와 섬김으로 나서야 한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