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채 목사
정학채 목사

서울 한복판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 사고로 희생된 분들과 불의의 사고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어버린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이 있길 바라고, 부상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분들의 빠른 치유를 기원한다.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인명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역시 인재다.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안타까운 사고다. 아직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어린 청춘들이 비명횡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맞은 핼러윈 행사이기에 분명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일인데, 미리 대처하지 못한 관계당국에 아쉬움이 크다.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그 좁디좁은 골목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생명을 잃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어떠한 변명과 핑계를 대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희생자들의 후속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그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만 이번에도 그저 책임추궁을 위한 단순(?) 분석에 그친다면, 언제든지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 발생 경위부터 과정에서의 문제점, 관계당국의 대응, 후속조치 등 전 방위적 분석이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렸을 때 통제규칙 등을 새롭게 세우고, 경찰통제 등 관계당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안전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할로윈 행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갖은 지역행사 때 매뉴얼로 쓰일 수 있도록 정착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행안부 등 관계 부처로 하여금 핼러윈 행사뿐만 아니라 지역 축제까지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질서 있고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부분은 칭찬할 대목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도 탁상공론에 그쳐버리면 안 된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안타까운 사고가 정치적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겉으로는 초당적인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실상은 서로의 잘잘못만을 강조한 채, 으르렁 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국정조사까지 불사하면서까지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여당은 참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국정조사에 앞서 검수완박 법안부터 손보기를 원하고 있다. 안타까운 어린 생명들이 하루아침에 비명횡사했는데, 이 상황마저 서로의 유익을 위해 줄다리기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같은 의미에서 진보측에서 촛불집회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고, 보수측에서 맞불집회를 여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도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진심어린 추모집회가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은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다. 지금은 진심으로 서로 정치적 논리는 내려놓고,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며, 나아가 똑같은 사고가 반복하지 않도록 다양한 법적, 제도적인 것들을 도출해 내야 할 때이다.

아울러 가짜뉴스가 연일 도배되고 있는 상황도 막아야 한다. 또 자극적인 사진이나 편집한 체험글 등은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인터넷에는 온갖 추측성, 의혹성 가짜뉴스들이 끝없이 양산되고 있다. 사건의 진실보다는, 흥미위주의 글들로 도배되고 있다. 이는 불분명한 책임소재를 두고, 국민 여론 분열까지 초래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한 뉴스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여겨, 재확산 시키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작금은 인터넷 클릭수를 늘리려고 애쓰지 말고, 진심으로 유족들을 깊이 위로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오늘 한국교회는 희생자들과 유족, 부상자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이 있기를 진심으로 간구하고 기도해야 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생명들을 위해 기도하고, 닫혀있는 유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열어줘야 한다. 교회마저 정치놀음에 빠져 우는 자들과 함께 울지 못한다면, 누가 그들의 마음을 달래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영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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