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로 156명의 젊은이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140여 명이 다쳤다. 테러나 건물 붕괴사고가 아닌 서울 도심 한복판 길거리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둔 주말에 유흥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갔다가 당한 사고에 왜 전 국민이 애도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희생을 당한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그곳에 갔든 국가와 사회가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기에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본다.

시간이 갈수록 이번 이태원 참사는 예고된 인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곳은 평소 주말에도 인파로 북적이는 곳이다. 비좁은 골목에다 경사진 비탈길은 사람이 그냥 이동하기에도 항상 위험요소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 날은 핼러윈 축제가 절정에 달하던 주말 밤이었다. 축제를 즐기려 전국 각지에서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외국 관광객도 평소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이런 좁은 골목길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하다는 걸 사전에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요즘 서울 도심에서는 거의 매 주말마다 진보와 보수진영 간에 힘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참사가 있던 날에도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연대집회와 주사파 척결을 요구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수만 명의 군중이 몰렸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를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런 대규모 도심집회가 경찰의 치안 능력을 분산시킨 건 부인할 수 없다.

교회 연합기관과 주요 교단들은 이태원 참사에 즉각 애도 성명을 내고 희생자와 유족에 슬픔과 위로의 뜻을 표했다. 성명서 발표에 그치지 않고 직접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지난 5일엔 한교총과 한교봉 등이 주관한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가, 10일엔 한교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국가조찬기도회를 열었다.

한국교회가 이처럼 사회적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한국교회가 국민적 애도에 앞장서며 희생자 유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그런데도 교회는 사회로부터 여전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느 종교단체보다 구제와 봉사에도 앞장서는 한국교회의 입장에선 여간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양이 아니라 속 내용에 있다.

성경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6:3)는 말씀이 있다. 이는 구제나 선행에 있어 자신의 공적을 드러내려 하지 말고 소리없이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성도로서 마땅히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늘 구설수가 따라다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문제일 때가 많다.

다만 성경에는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일을 드러내지 말고 숨어서 하라는 말씀이 일절 없다. 그건 한국교회가 사회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교회가 교인만을 위한 공동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회 현장에서 함께 울고 같이 웃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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