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구주 오셨다. 아기 예수는 자기중심적인 독점욕이 강한 사람들에게 좋은 자리는 내어주고, 마구간의 말구유에서 태어났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가정, 지위,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예수를 받아드리기는커녕 배척했다. 새로운 세상 열고, 새로운 나라를 시작하는 자로서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가장 두려워하며, 불안했던 사람은 헤롯 왕이었다.

예수의 탄생은 헤롯 왕의 권력과 지위를 위태롭게 했다. 그는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베들레햄 부근에 있는 두 살 아래의 아기를 모두 살해했다. 아기를 잃은 어머니들의 통곡소리가 사무쳤다. 예수의 탄생에는 유아 학살이라는 참극과 사무친 한이 결부되어 있다. 예수의 삶은 처음부터 인류 역사의 깊은 고통과 결부되어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압제와 수탈을 강요하는 거짓 평화를 깨고, 진정한 평화, 하나님의 참사랑과 정의로 가득한 평화의 길을 연다. 예수님의 탄생은 인류 역사의 고통, 죽임당하는 자들의 한과 결부되어 있다. 불의한 통치자에 대한 거부이며, 억압과 불의에 대한 항거를 뜻한다. 아기 예수의 탄생은 화려하고 요란한 것이 아니라, 초라하고 조용하게 박해를 받는다.

성탄절을 술과 환락 속에서 인간의 본능을 발산하고, 요구를 충족하는 것은 낮은 자리에 오신 아기예수의 탄생을 모독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사사로운 원한과 미움을 풀고, 조용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삶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서로 나누면서, 서로를 축복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과 정의를 간구하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화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자들에게, 고통 속에서 절망하며 아우성치는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전해야 한다. 아픔 속에 있는 이웃의 삶을 세상에 알리고, 위로하며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탄절을 맞을 자격이 있다.

지금 고통당하고, 굶주리는 사람, 슬퍼하는 자를 외면하는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의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자격도 상실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삶의 현장에 나와 청소하는 청소부, 높은 언덕을 오르내리며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 등은 참으로 봉사하는 삶,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자들이다.

이들은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얕은 생각이다. 이들의 삶은 순전히 남을 위해서 일한다. 이들의 성실하고, 치열한 삶은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정치인들이, 공무원들이, 회사 사장들이 이들처럼 성실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밝았을 것이다.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는 청소부, 우편배달부, 배달서비스 기사 등 이름도, 빛도 없이 궂은일을 한다는 점에서, 남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점에서 성직자보다 거룩하다. 이들은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천대를 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이들은 사고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형편없는 보수를 받는다.

우리는 이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미안해야 한다. 성탄절을 기다리는 그리스도인은 먼저 마음을 비우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그리고 갇힌 자, 전쟁과 기아로 고난당하는 이웃국가의 국민, 굶주림 속에 있는 사람, 용산 핼러윈 행사에 참석했다가 죽임을 당한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를 전해야 한다.

고난당하는 사람과 추위 속에서 굶주린 사람의 존을 잡지 않고서는 다시 오시는 아기예수를 맞을 자격이 없다. 나아가 정치인과 권력자, 부유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받아드리도록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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