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쓰라림과 괴로움이 아니오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은
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忠直과 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勞動力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누구나 간절한 바람으로 새해를 맞는다. 힘든 사람은 고통이 속히 끝나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지금 상태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기에 늘 염원을 하게 된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이른 새벽 해돋이를 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러하다. 누구는 높은 산에 올라 일출을 바라보고, 누구는 바닷가에서 수평선 너머 떠 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본다. 어디서든지 간절한 바람으로 새해 맞이를 한다. 모두 행복의 꽃이 피는 새해를 보내고 싶어 희구할 것이다.
시인은 한해를 맞이하며 시의 제목을「새해」로 선택했다. 첫 연부터 의미심장한 각오가 서려 있다.“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새해를 맞기 전에 취해야 할 자세가 단호하다. 이어지는 연에서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새로워진 나로 인해 이웃이 “새로워진 얼굴”을 하게 되고,“거리도 새로운 모습”이 된다는 거다. 어떻게 하면 새로워질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나를 찾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고, 다음날 신년 감사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신년영성수련집회에 참가도 하였다. 얼마 만큼 내가 새로워졌을까. 그것은 지극히 은밀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오직 천지를 창조하신 여호와 하나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4연에서 시적 화자는 기쁨과 슬픔이 되풀이되는 일상을“생활의 律調”라고 한다. 즉 늘 기쁠 수도 없고, 늘 슬플 수도 없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런 인생 속에서 내가 새로워지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다고 고백한다. 의식이“흰 눈 같이 맑아”져서 이성이 번쩍이게 되고,“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새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진다. 그 해법이 다음 표현에 명징하게 나와 있다.“기도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기도가 바로 새로운 나를 만나는 열쇠이다. 잠잠히 주님만 바라보며 말씀과 기도로 임할 때 그런 축복이 주어진다.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새해를 마음껏 꽃피우시기를 응원해 본다.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