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게 감사한 일이다. 슬퍼도, 아파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세상적으로는 긍정의 힘이라고 하겠지만 신실한 믿음을 지닌 사람에게는 신앙의 힘이다. 아플 때에는 아프다고 느끼고, 슬플 때에는 눈물을 흘리며 슬픔의 한 가운데 머무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때가 있었지 생각하며 돌아보게 되니까.“고난은 변장하고 찾아온 하나님의 축복이다.”(『고통에는 뜻이 있다』, 옥한흠)는 말에는 창조주의 크신 섭리가 내포되어 있다. 고난이 찾아왔을 때 그 순간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믿을 만큼 견고한 믿음을 지닌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고통마저도 축복의 통로라는 믿음은 좀처럼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이다. 

 시인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일깨워 준다. 우리는 공기를 마시면서도 공기의 소중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거저 받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라는 담담한 독백이 잔잔한 뒤울림을 준다. 계속 이어지는“덤”으로 받았던 게 무엇인가.“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그리고/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둘도 없는 귀한 선물이다. 새해에도 이렇게 공짜로 받을 선물들이 수두룩하다. 생각만 해도 기쁘고 감사하다.“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이라는 표현에서 산뜻한 기대가 움튼다. 

풀꽃향이 그득한 이런 시를 읽고 나면 영하의 날씨에도 마음은 이미 봄날이다. 마음밭이 따뜻한 시인의 뜨락에는 대문도 울타리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곳에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을 거다. 주인이 무장해제가 되어 있으니 방문객도 저절로 마음의 빗장이 풀릴 것이다. 잘 사는 일이 멀리 있는 게 아니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저 감사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살게 될 때 모든 날이 눈부시리라. 우리는 하나님의 손길로 빚어진 귀한 사람들이다. 사랑하고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다. 이제 받은 사랑을 기꺼이 나누어 주어야겠다.“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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