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찬 목사
황 인 찬 목사

무속의 두 번째 특성은 비윤리성이다. 

무당이 굿을 하면서 정직하게 살라거나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논한 적이 없다. 이런 점이 무속신앙이 지니는 한계(限界)이다.

무속에는 가치나 윤리성이 거의 없다. 가치의 기준을 찾는다면 무속의 “다다익선”(多多益善)이야말로 무속의 가치개념이다. 물론 소박한 권선징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영귀를 두려워하는 무속의 태도에서 사람을 원통하게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끌어낼 수가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이는 무리가 따르는 윤리성이다. 

무속의 신관(神觀)에 의하면 선신(善神)은 사람에게 복을 주고, 악신(惡神)은 재앙을 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선신이라도 잘 대접하지 않으면 재앙을 줄 수 있다고 믿는 수준의 윤리성을 가졌다. 이처럼 무속세계에서는 선신과 악신의 구별이 아주 모호하기 때문에 선과 악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을 수가 없다. 

善과 惡은 윤리적 규범이 되지 못하고, 물질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음을 보는 것처럼 무속에는 윤리적 요소가 결핍되어 있다. 이런 무속의 비윤리적이고 역사 참여가 없는 무속의 영향으로 신앙과 생활의 분리가 일어났다. 

무속은 엑스타시(ecstasy)와 강신(降神) 체험을 강조하는데, 이것이 기독교에 스며들어 신비 체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굿판에서 노래하고 춤추듯이, 열광적인 광신주의나 감각적인 체험이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굿이 끝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듯이 신앙적인 열정이 삶과 생활로 나타나지 않는 ‘예배당 교인’ 생활 속 그리스도인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무속신앙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것은 신의 뜻에 달린 것이며, 인간은 그저 화(禍)만 면하고, 오늘의 복만 있으면 되는 이기적인 관계요 존재이기에, 한 개인의 행복이나 자기가 소속한 집단의 행복만이 관심이 되는 이기적인 관계 및 소집단화를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무속에게 역사의식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런 무속정신이 우리 교회에 침입하여 정치, 경제, 문화, 사회의 모든 부조리는 신앙과 관계없다는 이원론적 사고를 하게 함으로서 ‘사회악’에 대하여 항거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기독교가 되고, 역사의식이 없는 무속적 기독교인을 양산하고 말았다.

무당들이 굿풀이를 하고 신내림을 하면서 <정직하게 살라>거나 <이웃을 사랑하라>거나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라>는 가르침을 베푼 예가 없다. 마냥 자신과 가족들이 복 받고, 병 낫고, 성공하는 일에만 열중하였다.

그런 점에서 지난 70년대부터 한국교회에 깊이 침투한 무속신앙의 욕구를 수용한 한국교회는 결국은 교회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신도들의 기독 신앙적 삶의 기준을 망가뜨렸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있을 수가 없다.
지금 한국교회는 무속화(巫俗化), 물량화(物量化), 세속화(世俗化), 우민화(愚民化) 귀족화(貴族化)의 병을 앓고 있다.

복음의 훼손, 교회간 불균형과 대사회에 대한 무관심, 도덕성의 위기와 신도증가의 한계 등 교회물량주의의 심각한 악영향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농, 대소교회 간 연대사역과 기독교윤리 실천운동의 적극적인 전개가 급선무가 되었다.

개교회의 비대화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국교회의 물량주의가 교회에 끼친 가장 큰 악영향은 복음의 훼손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

복음보다 조직으로서의 교회가 강조되면서 재력을 가진 직분자의 전횡에서부터 비복음적인 목사가 강단을 어지럽히는 것까지 다양한 형태로 복음이 훼손되고 있음이다. 특히 물량주의는 개개인의 사회적. 도덕적 삶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신도들의 도덕적 윤리적 능력이 고양되지 못하는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무속의 가치의 기준은 질(質)적인 것이 아니라 양(量)적인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이 복이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복이다.

이 무속개념이 한국 교회에 뿌리를 내리고 많은 목회자와 교회들이 크게 부흥되어야 은혜로운 교회로 인식하고 매머드 교회를 꿈꾸며, 이를 위해 교세 확장에 열을 올린다. 질적인 성숙은 배제되고 양적인 성장만이 진리라는 가치기준이 교회에 만연함은 뼈아픈 일로 이도 무속사상에서 기인되었다. 물질주의가 가져온 가장 심각한 폐해는 더 이상 하나님께 물으려 하지 않는 신앙태도이다. 물질주의는 육체의 안락함과 안전을 다루고, 영혼에 관련된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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