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 연 교수
장 보 연 교수

지난 19일 인천지방법원 제413호 법정, 뇌병변 딸을 38년 동안 돌봐오다가 끝내 딸을 살해한 엄마(63세)에 대한 선고공판이 집행됐다. 불구속 기소된 엄마는 류경진 부장판사의 호명에 방청석에서 일어나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은 법률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살인이어서 죄책이 가볍지 않고, 아무리 어머니여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인터넷 1월27일 보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생명은 하나님에게 속한 것임을 분명하게 한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38년간 돌봐온 딸의 대장암 판정에 이어 항암치료에서 겪는 고통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은 점, 딸을 보호하며 겪은 엄마의 괴로움이 충분히 짐작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자 방청석 일부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재판과정을 지켜보던 엄마의 가족들은 판사의 엄마에 대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처 한다”는 주문이 떨어지자 소리 내어 울었다. 

이씨의 딱한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엄연히 살인 혐의를 적용한 만큼 검찰이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던 것과 달리, 재판부는 국가 시스템 문제 등을 지적하며, 엄마를 선처했다. 살인 혐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 징역형이다. 이번 사건의 양형기준상 권고형도 징역 4~6년이지만 재판부는 이보다 낮은 형량을 내리면서 형 집행도 유예했다. 

정상참작으로 법정형의 절반의 형이 감경된 범위(징역 2년6개월~15년)에 속하는 양형을 선고하면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판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엄마는 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되면서 그는 목숨을 건졌다.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딸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이 엄마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그녀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다.

판결이 끝나고 복도로 나온 엄마와 그의 가족들은 의자에 앉아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울음소리에 4층 복도를 지나던 이들의 시선이 끌었고,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이씨 가족은 법원 밖으로 나섰다. 이 엄마와 가족들의 울부짖음은 하늘을 향한 호소였으며, 장애인을 둔 부모와 가족들의 울부짖음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또한 장애인 지원에 대한 국가시스템과 장애인의 아픔을 몰각한 우리 사회를 향한 외침이었다.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아픔을 모른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가족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는 장애 자녀의 주 돌봄 자에 대한 건강과 안녕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 보고서는 장애 자녀 돌봄 자가 신체·심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성장하는 자녀의 신체적 돌봄에서 체력적 한계 등을 경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장애 자녀 돌봄 가족원의 부담을 덜어줄 적극적인 휴식지원 제도, 교육·상담지원 확대, 신체·정신적 건강 수준 파악으로 적극적인 치료와 지원을 주문했다. 특히 경제·신체적 돌봄 부담을 가지고 다면적인 어려움을 경험하는 장애인 가족이 국가·사회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지만, 그에 동반하는 신뢰도는 높지 않다고도 했다. 

그리고 장애인과 가족의 돌봄 서비스 지원 등 강화를 거듭 촉구했다. 그렇다 장애인도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라는 것을 모두가 깨닫고, 정부 및 사회복지단체, 이웃 모두가 함께 돌보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굿-패밀리 대표•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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