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시편 67은 일곱 구절로 구성되었다. 실제 본문을 자세히 보면 4절을 중심에 두고 같은 내용의 3절과 5절이 양쪽에 위치하고, 2절과 6절이 땅을 공통 매개로 노래하고, 1절과 7절은 하나님 은혜와 경외로 감싸는 형국이다. 따라서 유대 신앙인들은 시편 67을 여러 시편 중의 하나로 간주하지 않고 등잔대의 일곱 촛불을 떠올리며 ‘메노라 시편’이라고 부른다. 크라우스는 메노라 형태의 특징을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시편 67의 동심원적 구조와 본문의 상호성은 여타 시편과 구약 전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거의 유일한 예라고 밝힌다.<Kraus, Psalms 60-150, 42.>

랍비들의 연구는 시편 본문과 낱말을 읽고 해설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몇 구절로 짜여있는지, 몇 개의 낱말이 동원되었는지 그들의 상상과 연상에 한계가 없을 정도다. 먼저 7절과 메노라의 일곱 촛대는 앞서 언급했고 다음으로 각 구절의 히브리어가 몇 개일지 궁금해진다. 각 절에 쓰인 낱말을 순서대로 보면 7, 6, 6, 11, 6, 6, 7 개이며 모두 49개가 된다. 이렇게 보면 4절(11 단어)을 중심으로 좌우 구조와 대칭이 뚜렷해진다. 다시 한 번 시편 67에서 메노라와 연관성을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시편 67에 쓰인 낱말 49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메노라를 세세하게 관찰해야 한다. 19세기 랍비 메이르(Meir Leibush ben Yehiel Michel Wisser: 1809–1879)는 메노라가 성소를 비추듯 토라는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토라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49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메노라의 일곱 가지는 창세기 1장 1절의 7 단어와 일치하고, 메노라의 꽃받침 11개는 출애굽기 1장 1절의 11 단어와 같다. 레위기 1장 1절의 9 단어는 아홉 개 살구꽃에 연결되며, 신명기의 첫 구절에 나온 22개 단어는 22개의 잔과 일치한다. 한편 민수기와 관련성은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민수기 1장 1절은 17개 낱말이다. 탈무드는 메노라의 크기를 18 토파흐로 규정한다(1토파흐 7.4cm). 그러면 17칸이 생긴다. 따라서 민수기 첫 17 낱말은 메노라의 높이를 암시한다. 그러니 49개 낱말로 구성된 시편 67이야말로 토라의 각 책과 긴밀하게 상응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등잔대에 집중하면 7가지로 이뤄진 촛대에 7 개의 촛불이 켜진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살구꽃 모양의 잔 22개, 꽃받침 11개, 그리고 살구꽃 9개가 되어 모두 42가 된다. 그러니까 등잔대의 촛불과 잔, 꽃받침, 그리고 살구꽃을 합하면 49가 되고 시편 67을 작성한 단어의 숫자와 같다. 이로써 메노라의 각 부품과 시편 67 사이의 치밀한 연관성은 거듭 확인되었고 시편 67에서 메노라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고 역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은 셈이다. 

그렇다면 시편 67 시인은 메노라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연상할 수 있는 장치를 하지 않았을까? 스페로(Shubert Spero)는 재치있는 분석을 제공한다. 곧 1절에서 “그 얼굴을 우리에게(ונתא)”를 설명하며 ‘이타누’를 ‘우리와 함께’로 제안한다. 즉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ונתא) 그 얼굴을 세상에 비추신다’로 번역할 수 있다. 이 근거는 시편 18,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신다”(시 18:28)에서 확인된다. 동시에 “사람의 영혼은 여호와의 등불이라”는 잠언에 연결된다(잠 20:27). 시편 18의 ‘나의 등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성소의 등잔대를 가리킨다. 

시편 67의 시인은 성소의 메노라 구조와 상징을 정교하게 반영하여 하나님의 복을 기원하는 아름다운 시를 작성하였다. 마치 메노라의 불빛이 성소를 밝히고 세상을 비추며 마침내 시인의 마음과 영혼을 따스히 감싸주기를 기원하는 심정을 담아 한 구절 한 구절을 노래하였으리라. <새찬송가> 75장은 선교사 피득(Alexander A. Pieters)의 시편촬요(詩篇撮要)에서 시편 67을 찬송시로 개사한 것이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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