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 목사.
김중곤 목사.

부활절을 앞둔 40일간을 말씀과 묵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사순절(四旬節)’을 맞이했다. 올해 사순절 기간에는 부활절에만 초점이 맞춰져 다소 잊혀 지기 쉬운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 땅에 소외된 이웃을 위해 한국교회가 온 맘을 다해 나서주길 기대한다.

오늘 전 세계는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이 아픔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역시 유럽은 물론, 아시아, 미주에 이르기까지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계는 각종 천재지변에 신음하고 있으며, 최근 규모 7.8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민들은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밖에도 수많은 곳에서 여전히 전쟁과 기아, 질병, 인권유린 등 고통의 시계추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등의 고난과 역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인류가 서로를 돕고 살아가야 함에도, 오히려 서로를 짓밟고 억누르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희생정신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야 할 때이다.

올해 사순절은 이러한 어려움과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사순절이길 소망한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처럼, 이 기간만큼은 절제하고 아껴서 그 재정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써주길 소원한다. 하루 한 끼 금식을 통해 아낀 재원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 자영업자를 돕거나, 독거노인이나 노숙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것도 좋다. 또 교회마다 헌혈운동을 전개해 혈액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성금이나 구호물품을 마련해 보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그들의 아픔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길 염원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비록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일 수 있으나, 작은 도움의 손길이 모이고 모여서 큰마음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사순절 기간을 맞아 우리 성도들도 절제와 경건 속에서 지내길 간구한다. 사실 오늘 한국교회에서 사순절은 부활절을 앞둔 과정으로만 여기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로 이어지는 사순절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이 기간 절제와 경건보다는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강단에 선 목회자들이 사순절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기는 하나, 온전히 지키는 성도들이 몇이나 될까. 올해 사순절은 이러한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에게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이 기간 성도들이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성도들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생활을 해야 한다. 이 기간 매일 한 끼라도 무리가 따르지 않을 정도로 금식에 동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TV나 스마트폰 등 세속적 즐거움 역시 잠시 내려놓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구역별로 나눠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덧붙여 한국교회 역시 사순절 기간, 나뉘고 쪼개진 아픔을 극복하고, 하나 되고자 하는 노력에 임하길 소원한다. 지금처럼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으면, 제 아무리 앞으로 나아가고자 해도 나갈 수 없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손을 맞잡을 때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사순절 기간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어 고난에 동참하고, 기독교의 본질을 되찾아 대한민국에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다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예장합동총신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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