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주의 헤세드가 나의 생명보다 소중합니다(3절). 지고한 신앙과 지순한 고백을 담은 이 한 구절만으로 히브리 시편의 대표작이라 부를만한 시편이다. 하나님 부재와 박해자들의 공격 현실에서 앞당겨 부르는 감사와 찬송이다. 이 구절은 심지어 순교자의 각오까지 읽힌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을 하나님의 자비로 맞바꿀 수 있는 결연한 믿음이다. 시인은 영혼이 하나님을 갈망하고 육체가 주를 가슴 깊이 앙모하기에 헤세드 앞에서 자신의 생명을 가치로 견줄 수 없다. 시인의 단호한 하나님 찬양에 대한 결의는 독자에게 마음가짐을 추스르게 한다. 

사실 안정된 일상에서 ‘기쁜 입술’로 부른 찬송이 아니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곤궁한 현실이 1-2, 6, 9-11절 등에 반영되어 있다. 마치 물이 없는 황폐한 사막, 곧 하나님의 현존을 확신할 수 없어서 밤마다 두려운 마음에 침상에서 주님을 읊조리는 소리, 그리고 칼의 세력으로 인하여 시인은 쓰러질 정도다. 기도자의 절박한 심경과 그의 정황이 얼마나 무서우며 위중한지 실감난다. 다음 세 동사는 서두와 마지막에서 녹녹치 않는 현실과 간절한 열망을 반영하며 히브리 시의 특징적인 장치를 보여준다.  

샤하르(רחשׁ): 간절히 찾다(1절). 기도자의 고백과 현실의 모순적 사실이 드러난다. 왜냐하면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고 선언하였지만 시인은 하나님을 찾고 부르다 실신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원수의 공격과 거짓말이다.
샤케르(רקשׁ): 거짓말(11절). 성소에서 하나님을 찾고 찬양하며(3-5절) 구원을 갈구하지만(7-8절) 원수는 내 영혼을 추격하며 중상모략으로 공격한다. 원수는 결국 파국을 맞을 것이나 시인은 그의 거짓과 위선에 위축되어 침상에서 숨죽이며 작은 소리로 읊조릴 수밖에 없다.  

사카르(רכס): 막히다(11절). 원수의 비방과 멸시는 자신에게 돌아간다. 곧 ‘땅 속 깊은 곳’에 유폐되어 승냥이의 먹이로 전락하며 그의 길은 저절로 막히니 멸망에 이른다. 

샤하르, 샤케르, 사카르 등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얼핏 들으면 비슷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라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뜻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 낱말은 기도자의 황폐한 삶과 주를 갈망하는 기대 사이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시인과 원수의 갈등은 뜻밖에 ‘손’으로 해소된다.

시편 63에는 이례적으로 ‘손’이 세 번 언급된다. 순서대로 ‘나의’ 손(ףכ), ‘주의’ 오른손(ןימי), 그리고 칼의 ‘손’(די)이다. 우리말로 ‘손’과 ‘오른손’과 ‘세력’으로 각각 번역된 히브리어는 인체 특정 부위를 가리키면서 시인과 하나님과 원수라는 세 주체를 자연스레 연결한다. 차이는 카프는 손바닥(palm)을, 야드는 보통 손(hand)을 뜻하며, 후자가 주먹을 쥔 상태라면 전자는 손을 편 상태다. 중세 모자이크와 회화에서 ‘손’은 하나님의 현존과 구원을 상징한다. 그림은 두라 유로포스의 회당 프레스코화다. 떨기나무와 모세 앞에 ‘오른 손’은 하나님이다. ‘칼의 세력’이 아무리 날카롭고 강력하게 위협해도 ‘주의 오른손’이 나를 붙들면 두 손을 높이 펴고 송축하는 하나님 찬양을 막을 수 없다. 시인의 현실에서 갑작스런 고백이다. 성소에서 찾은 진실이며 행복이다.

학자들은 시편 63을 신뢰시로 분류하나 탄식을 행간에 숨긴 탄원시로 봐도 좋다. 시인은 신의 부재, 괴로운 밤. 원수의 핍박 가운데서 성소를 찾는다. 그가 갈망하던 주의 권능과 영광을 기다리다 뜻밖의 찬송과 고백을 길러낸다. 주의 헤세드가 나의 목숨보다 소중하여 주를 소리 높여 찬양합니다. 탄원시의 전형적인 찬양과 결의다. ‘이 목숨 다해 주를 찬미하고 두 손을 들어 주의 이름을 높이겠습니다.’ 성소에서 하나님 현존의 진실을 마주하자 시인은 기뻐서 노래한다. ‘나의 기쁜 입술로 주를 찬송한다면 마음의 기쁨이고 희열입니다’(5절). 루터의 번역이다. 그의 찬송은 계속되어 주님을 찾던 갈망은 풍족히 채워진 상태를 노래한다. ‘주는 나의 도움이시라. 주의 날개 그늘 아래서 즐겁게 노래합니다.’ 7절에 시인의 기쁨이 극에 달한다. ‘주의 날개 그늘’은 기도자가 찾던 하나님의 권능과 영광을 맛보며 그의 영혼이 평화로이 쉬는 곳이다. 성소를 시적인 이름으로 표현한 것이다(시 17:8; 36:7; 61:4). 헤세드가 목숨보다 소중합니다. 시인이 ‘주의 날개 그늘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평생 부르는 노래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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