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의 취임으로 정상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지난 3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대표회장 취임 감사예배에서 정 목사는 한기총의 정상화와 대외 신뢰 회복, 대사회적인 역할 감당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기총은 지난 3년간 암흑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임 대표회장에 대한 법적 시비로 공석이 된 자리에 법원이 비신자 변호사를 파송함으로써 한때 보수 연합기관의 대표라는 위상에 씻을 수 없는 수모를 안겼다.

임시대표가 한기총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시키는 자신의 소임에 충실했더라면 적어도 한기총이 암흑기가 이렇게 길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빨리 총회를 열어 정상화시키는 대신 다른 연합기관과의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본연의 업무가 아닌 데 3년여 시간을 허비했다.

연합기관의 통합 문제는 한기총뿐 아니라 보수를 지향하는 모든 연합기관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법원이 파송한 임시대표가 좌지우지하는 건 법리를 떠나 이치와 도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한기총은 이런 비상식을 딛고 어렵게 총회를 열어 정 목사를 대표로 선출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온통 가시밭길이었던 만큼 대표회장과 새로 선임된 임원들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 정 목사가 3년여 만에 개최된 총회에서 무난하게 대표회장에 선출된 건 교계에서 다져온 탄탄한 기반과 리더십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한기총이 하루라도 속히 비상체제에서 벗어나고픈 회원들의 절박한 요구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한기총이 정상화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치가 우선이다. 속히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떠난 교단과 단체들 포용하는 게 급선무다. 정 목사가 취임식에서 밝힌 대로 벌써 여러 교단과 단체가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만 자칫 향후 통합의 상대인 연합기관 사이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기총은 총회 개회 이전부터 누구와 누구의 대리전이란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심지어 대표회장 후보 기자회견에서까지 특정 인사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하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언제든 다시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한기총이 연합기관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분명하다면 우선 색채가 같은 한교연과 보폭을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교연은 이미 총회에서 한기총의 정상화를 통합의 조건으로 결의한 만큼 다른 연합기관에 비해 절차가 수월할 수 있다. 정 목사가 한교연 대표회장을 역임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그렇다고 한교연과의 통합이 일사천리로 진행될거라 여긴다면 지나친 낙관이다. 한기총은 한교연과의 통합 논의 때마다 제 발로 나간 사람이 제 발로 들어오라는 식으로 산통을 깨곤 했다. 이런 고압적인 자세는 통합의 지뢰가 될 수 있다.

한기총이 3년여 아픈 시간을 보내고 어렵게 정상화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건 한국교회 전체를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간의 내홍을 극복하고 이전의 위상을 되찾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한기총의 정상화는 이제 시작이지 완결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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