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수 목사.
노성수 목사.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찬식을 준비하며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하는 사순절을 맞아, 한국교회도 저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사순절을 지키고 있다.

우리는 이 기간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면서, 십자가를 지시고 온갖 수모와 채찍의 고통을 당하시면서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고 이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고난행군에 동참한다. 또 회개와 각성, 갱신을 통해 영적 성장을 이루고, 주님의 자녀로서 바른 다짐을 하면서 신앙의 결단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사순절의 의미가 조금은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을 맞아 국가와 사회는 물론, 교회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생존이라는 거시적 과제에 맞닥뜨려 과거와는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앞장서 대사회적 메시지와 함께, 나눔과 섬김의 본을 보였던 한국교회의 후퇴는 결과적으로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고통을 더 크게 만들어 버렸다. 전도의 길이 막혀버린 한국교회가 자력생존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이웃들의 시름은 점점 더 커졌다.

그러나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한국교회는 초기 때부터 아낌없는 나눔과 섬김을 통해서 오늘의 부흥성장을 이뤘다는 점이다. 단지 뛰어난 말씀 선포, 유력한 말솜씨가 아닌, 이 땅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분담하면서 그들의 손을 잡아 줬기에 자연스럽게 성장의 발판을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붙잡고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온 천하에 풍길 때 비로소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당장 10년 후도 빨간불이 들어온 한국교회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 교회 내부적인 결속과 믿음 생활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그랬듯이 교회 외부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고난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다시 따뜻한 손길을 건네야 한다. 한국교회가 물질맘몬주의에서 벗어나 다시 사랑의 종교로서의 면모를 되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순절 고난주간을 맞아 경건과 절제에 더해 이웃사랑 실천이 더욱 가미되길 기대한다. 우리는 흔히 교회 재정의 30%를 대사회적으로 환원하라고 한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간단한 예로 요즘 한국교회들이 흔히 하는 소리가 코로나로 인해 헌금이 줄어들어 교회 재정도 빠듯한데, 어떻게 나눌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혹자는 교회 건축에 들어간 대출 비용을 갚기도 바쁘고, 코로나로 떠나간 성도들이 돌아오지 않아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성전을 은행 빚까지 내어 지을 때는 가능한 것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에는 이것저것 따지다가 슬그머니 놓아버린다. 이는 가뜩이나 이미지가 좋지 못한 한국교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웃사랑 실천에는 그 어떠한 핑계나 형편도 있을 수 없다. 또 이웃사랑 실천이 꼭 재정이 충만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30%가 아니라면 10%라도 가능하며, 혹 재정이 충분치 않으면 다른 방법도 찾으면 얼마든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헌혈운동과 장애우,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장 등을 방문해 도시락이나 밥 한 끼를 대접하거나, 그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섬김의 본을 보일 수 있다. 요즘 한창 인기 있었던 멘트인 꺾이지 않은 마음처럼, ‘소외된 이웃과 함께 걸어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올해 사순절 고난주간을 맞아 한국교회가 다시 사랑의 종교로 면모를 되찾고, 멈춰있던 성장의 동력이 다시 힘차게 가동하길 소원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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