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운전하는 엄마

봄나들이 갔다가
냉이밭을 만난 엄마

호미 대신 
자동차 열쇠로 냉이를 캔다

열쇠를 땅에 꽂을 때마다
지구를 시동거는 것 같다

부릉부릉 
지구를 몰고 가는 엄마

우리는 시속 1,667킬로미터 지구 자동차를 탔다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봄의 바깥에서 점점 더 봄의 안쪽으로 다가간다. 조금 있으면 봄의 한창에 머무를 것이다. 들녘에 나가면 쑥과 냉이 등 새순과 새싹들이 고개를 쏘옥 내밀고 있다. 언땅을 뚫고 올라온 생명의 힘이다. 긴 겨울 동안 얼마나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을까. 어둠 속에서 인내하는 생명들의 의지가 경이롭다. 하지만 저들 스스로 혹한을 견딘 것만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창조주의 손길로 이루어지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라는 시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지구를 운전하다니 성경 속 골리앗보다 더 힘센 능력자가 바로 엄마다. 어찌하면 지구를 운전할 수 있을까. 가만히 시를 읽어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적 화자는 엄마와 함께 봄나들이를 간 모양이다. 도중에 냉이밭을 만난 엄마가 차에서 내려 냉이를 캐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호미가 없으니 자동차 열쇠로 냉이를 캐는 엄마다. 여기서부터 놀라운 시적 발상이 나타난다. “열쇠를 땅에 꽂을 때마다/지구를 시동거는 것 같다” 어떻게 열쇠로 냉이 캐는 걸 보고 지구에 시동을 건다는 상상력이 작용했을까. 시선이 땅에서 빠르게 확장되면서 역동적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그래서 엄마는 신바람나게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지구를 몰고 가게 된다. 

동심에서 비롯된 순수한 마음이 있을 때 이런 기발한 상상력이 나올 수 있다. 세상사에 찌들린 어른에게서는 보기 드문 창의적 발상이다. 선한 마음밭을 지닌 시인 덕분에 “시속 1,667킬로미터 지구 자동차”를 타게 된다. 봄이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마음을 활짝 열고 봄을 맞이하자. 그러면 우리 모두 봄사람, 꽃사람이 되어 있을테니까.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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