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가 1년에 딱 한번 하나 될 때가 있었다. 그것은 부활절연합예배이다. 이날은 서울시내의 모든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떠나 성령 안에서 하나 되었다. 교인들은 이른 새벽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몰려들었다.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사망권세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였다. 당시 한국 교회지도자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야 한다, 상설기구로 부활절예배위원회를 구성하고, 남산과 덕수궁서 따로 드리던 연합예배를 통합했다.

당시 연합예배의 관심은 모인 교인 수에 있었다. 많이 모일 때는 70만명까지 모였다는 통계가 있다. 작게는 30만명, 아주 작게는 5만명이 모였다. 그날의 강사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당시 부활절 연합예배는 설교와 대회장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보와 보수가 나누어서 맡았다. 그렇다보니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해서 아무런 잡음이 없었다. 기자들도 전날 연합예배위원회가 잡아주는 숙소에 머물면서, 이른 새벽 취재에 나섰다.

이렇게 하나가 되어 드리던 부활절연합예배가 언제부터인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오늘에 와서는 5개로 분열돼 예배를 드린다. 이렇게 분열된 데에는 이날 나오는 헌금과 관련이 있다. 목회자들이 연합예배에 관심 있기 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날 나오는 헌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부활절연합예배도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다가 주었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서 드리던 부활절연합예배는, 구별로 연합예배를 드리기 시작했고, 여의도 광장서 드리던 연합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의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여의도광장서 드리던 연합예배는 구연합회로 돌려주는 꼴이 됐다. 오늘에 와서는 보수연합단체가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 등으로 분열되면서, 부활절연합예배도 5개로 분열돼 드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부활절연합예배를 각자 드리는 데는 젯밥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총무회는 영락교회에서, 한교연과 전광훈 목사는 공동으로 광화문 이승만광장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백주년기념관서,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는 솔로몬교회에서 드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별도로 드린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연합이란 이름을 빼고, 각자 기관 이름으로 드리는 게 훨씬 정직해 보인다.

이렇게 각 단체별로 부활절예배를 드리면서도, 연합예배라고 이름을 붙였다. 문제는 어느 단체도 부활절연합예배 준비과정서 연합으로 드리자고 제안 한 번 안했다는 것이다. 한교총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광화문에서 퍼레이드를 벌인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 이승만광장에서 전광훈 목사와 한교연이 주최하는 부활절예배가 예정돼 있다. 퍼레이드를 이끄는 소강석 목사와 전광훈 목사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얼마 전까지 한기총은 김현성 임시대표회장 체제에서 전광훈 목사측과 소강석 목사측으로 양분돼, 진영싸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어떤 험한 말이 오고갈지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락교회에서 부활절예배를 드리는 한국기독교총무회의 회원 대부분 속한 한교총은 보수연합단체 통합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총무회가 주최하는 부활절예배는 한교총의 부활절예배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며, 퍼레이드를 벌인 목사와 교인들은 4시 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서 한기총과 한교연에 속한 교단의 총무 일부가 이 예배 준비위에 참여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단체, 교단과 상관없이 개인의 유익만을 위해 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부활절준비위가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하면서, 이웃단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에 부활절연합예배를 함께 드리자고 제안 한번 안한 것도 문제이다. 젯밥에 눈이 어두운데 굳이 연합으로 부활절예배를 드리자고 제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광훈 목사와 한교연 부활절준비위는 소강석 목사가 이날 퍼레이드를 그대로 강행할 경우, 부활절예배를 방해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전광훈 목사가 소 목사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서,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열리는 행사에서 어떠한 충돌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하다. 자칫 한국교회의 민낯을 드러내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부활절연합예배의 헌금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사분오열된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었던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한 하나님을 믿고, 하나의 성경을 보며, 같은 찬송가를 부르고, 같은 신앙고백을 하면서, 부활절연합예배까지 분열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부활절연합예배 만큼은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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