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부활절 연합예배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3년여간 움츠렸던 교계가 부활절을 기점으로 기지개를 활짝 펴는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그런데 부활절연합예배의 전통과 맥이 끊어졌음에도 여전히 연합예배라는 이름의 행사가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연합을 말하는 것인진 몰라도 끼리끼리 모이면서 여전히 그 이름을 붙이고 싶은 이유가 궁금하다.

부활절에 교계가 연합해 한자리에 모여 축하예배를 드린 건 한국교회의 오랜 전통이었다. 194746NCCK의 전신인 조선기독교연합회가 주한미군과 함께 서울 남산 조선 신궁터에서 드린 것이 시효다. 그 후 보수를 대변하는 한기총이 창립되면서 한국교회가 보수·진보 양 진영으로 갈렸지만, 교단 분열의 와중에서도 부활절 연합예배만큼은 함께 드리며 그 의미를 이어왔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어 한 곳에서 드리던 부활절연합예배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따로따로 모이는 연합예배가 성행하고 있다. ‘연합이 아니라 전형적인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이면서 명칭만은 연합예배라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 부활절 예배는 안식 후 첫날 새벽 미명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맞는다는 의미가 있다. 한때 여의도광장에서 열리던 부활절 새벽 연합예배에 참석하려면 버스 첫차를 타거나 그 전날 가까운 데서 숙박을 해야 했다. 그런데도 여의도에 수만의 성도들이 구름떼같은 모여들었다.

지금은 그게 도대체 언젯적 일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주일에 각자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오후에 열리는 연합예배에 참석하는 게 어느덧 관례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4개 연합기관이 각기 주관하는 부활절예배 중에 NCCK를 제외하곤 모두 오후에 열린다.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예배 순서를 맡은 몇몇 주요 인사들 외엔 거의 다가 예배가 열리는 교회 교인들이 자리를 채운다. 그런 예배를 연합예배라 칭하는 자체가 낯간지러운 일이다.

사실 부활절 예배가 언제 어느 장소에서 열리느냐가 문제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모아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결정이 지극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새벽에 교인들을 특정 장소에 동원하기 어려우니 편리한 시간과 편리한 장소를 고르는 식이다.

그런데 심각한 병폐는 여러 연합기관이 부활절연합예배를 각자 주관하면서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론 예수 부활을 축하하는 예배라면서 몇 개 교단, 몇 명이 참석했느냐 하는 기준으로 경쟁을 하는 게 오늘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실상이다.

이런 문제는 어느 기관 어디 단체가 주최해도 쉬 해소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런 분열의 예배를 연합예배로 포장해 스스로를 속일 것인가.

부활절에 즈음해 한기총·한교연·한교총 세 연합기관이 발표한 메시지의 핵심은 한국교회의 하나됨이다. 그래놓고 어느 기관도 부활절연합예배를 같이 드리자고 제안한 일이 없다고 하니 눈 가리고 아웅이 따로 없다. “하나님이 구하시는 제사는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이라고 하신 말씀을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깊이 되새기는 부활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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