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정신적, 사상적 자유를 말살한다 해도 주저 없이 소리를 지를 이덕수 시인이 1999년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출간하려 했던 시집을 23년이 훌쩍 지난 최근에서야 지금 사랑해야겠다(청라)란 제목으로 펴냈다.

이덕수 시인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영혼을 노래하는 것들로,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은 대상 속에서 깊은 의미를 탁월한 눈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시가 아니며,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오히려 간결하면서도 맑은 언어로 덤덤히 써내려간 시편은 내면 깊은 곳에 울림을 주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다.

시집은 크게 꽃잎처럼 사랑보다 아름다운 꽃은 없다 지금 사랑해야겠다 절망하지 않음은 등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별로 일상의 사상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시집 제목과 같은 지금 사랑해야겠다의 경우 어제의 사랑보다/ 먼 사랑은 없다/ 지금 사랑해야겠다3행의 짧은 시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사랑은 미루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이에 저자는 “20년도 더 지났으니까 시집을 펴내려 한지가 오래됐다. 세월은 무심하게 지나갔다. 원고의 먼지를 털어내면서 생각하니 남는 부끄러움은 여전하다. 허물이면 어쩔 것인가 걸어온 길이라면 글도 일부 나인 것을. 여기에 서 있는 지금 내가 기억하는 이름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시집을 바친다고 고백했다.

가곡 보리밭’, 동요 과수원 길로 유명한 박화목 시인은 이미 고인이 됐지만, 작품해설을 통해 이덕수는 절제된 시어로 감동을 잘 포장해 일상의 사상(事象)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일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일련의 시 작업을 눈여겨보는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덕수의 시를 높이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또한 일련의 그의 시는 자연에서 소재를 일구어내어 자신의 영혼 안으로 끌어들이는 그런 시적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창일 시인도 자신의 내면을 통하여 이덕수 시인은 신과 대화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면서, “그의 시의 경향은 저자 자신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연단과 수도의 시간 속에서 그가 쏟아내는 언어들이 스스로 시의 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여은경 언론학자는 이덕수 시인의 시는 산사의 풍경소리, 홀로 새벽을 깨우는 기도자의 진솔한 말을 전한다, “우리의 등에 얹힌 존재는 무게가 아닌 사랑이라고 책날개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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