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중심 회원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 내 일부 연회를 중심으로 NCCK 탈퇴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이홍정 총무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음에도 파장이 쉬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NCCK 회원 교단 중에서도 대표적인 에큐메니칼 진영에 속한다. 그런 교단이 최근 열린 일부 연회에서 잇따라 탈퇴안이 통과되면서 총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기감 전국 12개 연회 가운데, 지난 11일 중부연회에서 NCCK 탈퇴 결의안이 통과되더니 이어 지난 13일에는 충청연회가 ‘NCCK·WCC 탈퇴안이 통과됐다. 12개 연회 중에 2개 연회에서 결의된 것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긴 이르다. 그러나 중부연회의 경우 감리회 중에서 교세가 가장 큰 연회라는 상징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회가 재석인원 475명 중 찬성 436명으로 압도적인 지지로 ‘NCCK·WCC 탈퇴결의안을 가결했다는 건 교단 전체에 주는 충격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일부 연회가 NCCK 탈퇴 결의를 했다고 총회가 그걸 수용할 의무는 없다. 표결에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일부 연회가 굳이 NCCK 탈퇴 결의를 한 건 교단 차원의 탈퇴 결의를 끌어내려는 압박성 카드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열린 기감 총회에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논란 끝에 이철 감독회장이 ‘NCCK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NCCK의 동성애 옹호문제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하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따라서 공식 결의는 NCCK 대책위의 입장이 나온 뒤인 내년 총회에서나 가능하다.

기감 일부 연회의 탈퇴 결의에 NCCK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급기야 총무 이홍정 목사가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난 20일 열린 실행위원회를 끝으로 짐을 싸서 떠났다. 이 총무로서는 본인이 모든 걸 떠안는 선에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총무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이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 장담할 수 없다.

사실 기감과 예장 통합 등 그동안 NCCK를 주도해 온 교단 내에서 NCCK 탈퇴라는 극단적인 요구가 쏟아지게 된 일차적인 책임은 NCCK에 있다. NCCK가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고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낸 적은 없지만, 내부에서 그런 기류를 방치함으로써 교계 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를 해온 건 부인하기 어렵다.

NCCK는 문제가 된 인권위를 별도 기구로 분리하는 등 연일 대책에 부심한 모습이다. 그러나 공석이 된 총무를 어느 교단이 맡느냐 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만약 NCCK가 제대로 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거나 내부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면 그 파장은 내년 기감 총회와 예장 통합총회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NCCK는 과거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어두운 사회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때 그 시절에 갇혀있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에큐메니칼적 견지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폭넓게 수용하는 건 NCCK가 가장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그것만 고집하면 한국교회가 가는 방향성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다. 일부 교단이 탈퇴라는 초강수로 압박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오늘 NCCK의 진통이 내일 NCCK를 거듭나게 하는, 입에는 쓰나 몸에는 좋은 약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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