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말 걸기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새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는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인공지능의 기술과 경향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AI에 지배될 것인가. 아니면 AI를 지배하며 살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질 만큼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바야흐로 챗GPT 시대가 도래했다. 대화형 인공지능시대다. 사람들은 기대와 두려움을 지닌 채 챗GPT와 대화를 하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있다. 사람보다 인공지능과의 소통이 더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때 시인은 “당신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이웃들에게 말을 걸기가 점점 조심스럽다. 그대신 인터넷에서 채팅을 즐기고 때로는 닉네임으로 악성 댓글을 달기도 한다. 그런데 시인은 역시 다르다. 우선 말 걸기를 하려고 제목을 그렇게 선택했다. 첫 연부터 단호한 어조로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화난 꽃도 없다”라고 한다. 그렇구나. 꽃이 어찌 못나고 화가 난 모습을 띄겠는가. “향기는 향기대로/모양새는 모양새대로/다, 이쁜 꽃”이거늘. 

2연과 3연에서 되풀이 되는 “다, 이쁜 꽃”을 읽으면 어쩐지 이쁜 꽃이 된 듯하다. 3연에서 ‘이쁜 꽃’은 “허리 굽히고/무릎도 끓고/흙 속에 마음을 묻는” 사람꽃으로 바뀌어 있다. 이런 사람꽃이 스스로 이쁘다는 걸 모르고 있는 듯하여 다가간다. 그리고 살며시 “당신은 참, 예쁜 꽃”이라고 말을 건다. 팍팍한 세상살이 가운데 누군가 다가와 다정하게 말을 걸어 온다면 저절로 미소가 나오리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가 있어서 좋다. 아무리 시대가 급변하고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시인만큼은 디지털의 강을 천천히 건너가기 바란다. 노를 젓다 보면 비로소 넓은 바다에 이를 수 있으리니.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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