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510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호기롭게 출범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그리 관대하지 않다. 취임 초기 50%를 상회하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대신 부정평가가 60%대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지지율이 모든 걸 말해주신 않는다. 그러나 변화를 기대하며 정권 교체에 힘을 모아준 국민 중 상당수가 기대보다는 실망하고 있다는 증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남은 4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기독교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건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주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성 행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당 지지층인 보수진영을 내편으로 생각해 여기에 기대려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과거 김영삼·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개신교 장로였다. 그런 점 때문에 보수 기독교계가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닌 이력이 전부다. 대선과정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쓴 것에서부터 줄곧 주술 미신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런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주요 교단장들이 마련한 취임 감사예배에 참석하고 당선인 신분으로 부활절연합예배에도 참석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이태원 참사 위로예배, 성탄절 예배, 국가조찬기도회, 부활절연합예배 등 때마다 교회를 찾고 그것도 모자라 교계 원로 및 지도자들을 대통령실로 따로 초청하기까지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기껏 1년에 한번 국가조찬기도회에 얼굴을 디밀던 것과 대조적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의원에서 연설하며 대한민국 근대사에 선한 영향을 미친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미국 선교사들의 이름을 거명했다. 이 자리에서 초기 미국 선교사들이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가 정착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교회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놀라워하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에 친화적인 대통령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던 사람들의 마음에 의문부호가 찍히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락하는 하나의 요인일 수도 있다.

교계가 윤 정부에 대해 걱정하는 건 실업률의 증가, 양극화 심화와 같은 단순한 국정 운영의 미숙 문제만은 아니다. 그런 문제보다는 오히려 약자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하기보다 쉽게 강자 편에 서는 정책 기조와 철학을 더 염려하고 있다.

그 중 일제 강제동원 해법과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모습은 복음적 관점에서 볼 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핵위협을 일삼고 있는 북한에 이전 정부처럼 마냥 끌려 다녀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강대강 대결만을 앞세우며 대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건 평화 포기선언이나 진배없다.

정치경험이 전무한 윤 대통령의 1년은 짧고도 긴 시간이다. 앞으로 4년이 남았으니 잘해보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은 지난 1년을 보면서 앞으로 남은 4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4년은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치 정신으로 정치를 복원하고 갈라진 세대와 지역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 앞장서는 윤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4년은 후딱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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