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대표회장.
정서영 대표회장.

어느 달보다 따뜻하고 웃음꽃이 만개해야할 가정의 달 5월을 맞았지만,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소년소녀가장, 미혼모,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노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처지는 녹록치 않다. 마음만은 여느 가족 못치 않게 따뜻한 5월을 맞고 싶은데, 현실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어쩌면 이들에게 5월은 행복한 나날이 아닌 잔혹한 달()일지도 모른다.

누가 이들의 행복하고 기쁘며 따뜻한 계절을 빼앗아 갔는가. 공평치 않고 부조리한 사회는 아닐까. 개인만 아는 이기주의가 낳은 부산물일까. 아니면 이들의 아픔을 모른 채 방관했던 한국교회가 아니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이제라도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고통을 분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흔히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나눔과 섬김은 연말연초에 몰려 있다. 물론 사계절 중 겨울이 유독 춥기에 다른 계절보다 쏠림현상이 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외된 이웃들에게 겨울만 힘들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두가 똑같겠지만, 이들에게는 1365일 힘들지 않는 날이 없다. , 여름, 가을, 겨울 모두 힘들다. 그러나 나눔은 겨울에만 이뤄진다.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종소리도 겨울 한철에만 울린다. 진정 나눔을 실천에 옮긴다면 1년 열 두 달 모두 힘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가정의 달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나눔에 나섰으면 한다. 하루 한 끼도 온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그들의 말벗이 되어 고충을 들어주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도 좋다. 또 소년소녀가장들에게는 평소 필요한 생필품이라든지,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아이들이 평소 가지고 싶어 했던 것들을 사주는 것도 가능하다. 독거 어르신들에게는 아들이나 딸, 혹은 손자나 손녀처럼 친근하게 다가가 어깨도 주물러 주고, 밑반찬도 전달하면 된다. 꼭 거액의 돈이 들어가거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잠깐이라도 사람이 그리운 그들에게 가족같이 대해줘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의 달을 선사해주는 것이다. 저마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자신의 능력 안에서 성심을 다해 가족이 되어 주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역에 누구보다 먼저 또 많이 우리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주길 간구한다. 한국교회는 지금도 나눔과 섬김의 사역에 누구보다 앞장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 교인들이 줄어들면서 재정적 어려움에 빠져 이웃사랑 실천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교회부흥을 위해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불철주야 애쓰는 것도 안다. 분명한 것은 한국교회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선 초기 기독교의 모습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구제활동에 적극 나섰던 그 모습 그대로 오늘 현실 속에서 재현해야 한다.

오늘 우리 교회가 손가락질을 당하는 것도 세속적인 것에 목을 매고, 세상보다 더 높은 권좌를 탐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정말 무너질 대로 무너진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가장 낮은 자의 심정으로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눠야 한다. 그 길만이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교회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가정의 달을 맞은 오늘 한국교회가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의 아프고 상처 받은 부분을 치유해준다면 특별한 다른 노력 없이도 한국교회는 재부흥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한국교회가 더 이상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말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한기총 대표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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