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한국사회를 블랙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변화의 파고가 곧바로 한국교회에 밀어닥치면서 존폐의 위기에 몰린 교회가 한둘이 아니다.

저출산 현상은 비단 한국사회 만의 문제가 아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같은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독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 출생하는 신생아는 19601,099,294명을 정점으로 1970대 들어 1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국 CIA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아 충격을 줬다. 특히 신생아 출산율과 고령자 사망률이 역전하는 데드 크로스현상이 일찌감치 나타나면서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 현상이 학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곧바로 한국교회에 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큰 교회 작은 교회 할 것 없이 지난 10년동안 교회학교 학생 수가 40% 가량 줄었다. 여기에 지난 2020년에 닥친 코로나19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교세가 큰 예장 합동 총회의 경우 교단 내 교회 절반 이상이 주일학교 학생 수가 10명 미만이라고 한다. 예장 통합은 유치부와 초등부, 소년부까지 교회학교 학생 수가 지난 10년 사이에 40% 줄었다. 감리교 등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다.

이런 수치로 근거로 이미 한국교회의 80% 정도가 교회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일각에서 2030년에 가면 주일학교의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한국교회는 주일학교 존폐에 대해 크게 위기의식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어린이야 교회에 나오든 말든 성인만 꼭 붙잡고 있으면 된다는 안일한 의식 때문이 아닐까. 만약 어린이는 돈이 들어오지는 않고 나가기만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면 큰 착각이다. 당장은 교회 운영에 큰 변화가 없겠지만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될 텐데 당장 눈앞에 안 보인다고 대비하지 않는 건 어리석다.

한국교회는 어린이 주일학교가 교회 부흥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의 대형 교회들은 모두 주일학교가 왕성했던 교회들이다. 저출산이 주일학교 폐쇄로 이어지는 오늘의 현실이 한국교회 전체를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길 뿐 아니라 적극적인 대책에 나서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종교인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40여 년 전 이 땅에 복음을 들고 들어온 선교사들이 구령사업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봉사, 구제에 앞장서며 애국운동, 농촌계몽운동 등에 앞장 선 결과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교회는 어떤가. 사회 변화와 개혁, 자정 노력엔 관심이 없고 제 살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도보다 남의 교인 빼앗아오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기업화된 교회의 모습에 실망해 청년들마저 등을 돌리고 가나안 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위기의식이 없으니 답답하다. 교회 스스로 성찰하고 죄악의 길에서 돌이키지 않으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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