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목사.
정서영 목사.

호국보훈의 달을 맞았다. 조국 수호를 위해 주저 없이 나섰던 우리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들의 피와 땀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이 오늘 굳건히 서서 세계 경제 10위의 국가로서 위용을 떨치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 다시 한 번 목숨을 다해 대한민국을 지켜냈던 순국선열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여전히 밤낮으로 대한민국의 영토 수호를 위해 애쓰고 있는 국군장병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순국선열들이 어렵게 지켜낸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념과 지역, 세대, 남녀, 노사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분열과 갈등의 홍수 속에서 더 밝은 내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변해도 갈등의 양상은 더 복잡하고 미묘해질 뿐, 화해와 일치의 분위기는 쉽게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한마음 한뜻으로 목숨 바쳐 나섰던 순국선열들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나만 아니면 돼혹은 나만 잘 되면 돼라는 개인이기주의가 팽배해 서로의 유익을 위한 주장만 펼치고 있다. 당장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한 나라의 어려움에도 그저 누가 잘못 했네’, ‘전 정권이 잘못 했네’, ‘이번 정권이 잘 못하네등 갖은 핑계거리만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나라의 사정은 더 안 좋은 길로 향하고 있다.

더욱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 즉 다음세대들에게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MZ세대들에게 호국보훈의 달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근본적인 이유가 순국선열들이 피로써 지켜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들의 국가관이 심히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 역시 우리 어른 세대들이 잘못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했었고, 또 후대에 순국선열들이 지킨 이 나라를 아름답게 넘겨줘야할 의무를 져야 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만 초점을 둬서 정작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스라엘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셀라흐란 교육과정이 있다. 이는 이스라엘 땅과 민족의 역사를 개인과 연결시켜 국민·국가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국가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으로서, 이스라엘 내 모든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스라엘 중고등학교(7~12학년)에선 쉘라흐를 필수 교육과정으로 채택하고 있고, 대학 입학시험 과목으로도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역사에 진심이다. 그리고 후대가 결코 역사를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민족의 역사에 대해서 조금은 더 진중하게 임해야 한다. 제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가치관과 국가관이 달라졌다고 해도 대한민국을 지켜낸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까지 묻히게 둬서는 안 된다. 우리 기성세대들이야 어릴 적 소위 방공교육이라는 것을 받아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요즘 아이들은 정말 6.25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수박 겉핥기식으로 밖에 알지 못한다. 심지어 남침인지 북침인지조차 착각하고, 자신들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어도 굳이 올바르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조국 수호를 위해 느슨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목숨을 바쳤던 순국선열들의 강인하고 숭고한 정신을 후대에 전승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벼랑 끝에 몰린 위기서 부활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기총 대표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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