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목사.
박요한 목사.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던 6.25전쟁이 벌써 73년이나 됐다. 여전히 하나 되지 못한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지속되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같은 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평화통일의 소망은 점점 퇴색되어 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미·중 패권다툼에 남과 북의 관계 역시 고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노랫말이 현실이 될 날이 언제일지 목 놓아 기다려 본다. 바라기는 하나님께서 한반도의 오랜 숙원인 평화통일의 염원을 이뤄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사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향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과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다. 한 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 같은 평화무드도 있었고, 반대로 즉각적 전쟁이 발발할 것 같은 긴장상태도 있었다.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남과 북의 관계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매일이 달랐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남과 북의 통일의 기대감은 점점 실망감으로 바뀌게 됐고, 이제는 굳이 통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말이 젊은이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는 정도다. 어느새 한민족에서 다른 민족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우리의 소원은 돈혹은 이 되어 버렸다. 다시 말해 통일은 더는 관심사가 아니다.

이런 아쉬운 상황서 한반도 평화와 복음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 소리가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의 9개 평화전망대에서 울려 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 주요 통일선교 단체 7곳이 현충일을 맞아 ‘DMZ 평화기도회를 연 것인데, 무려 900여명의 참가자들이 한날한시에 같은 기도제목을 두고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는 점에서 감동이다. 사회는 통일에 대한 바람을 접었을지 몰라도, 한국교회만큼은 통일을 계속해서 부르짖어야 한다. 매달리고 외치고 기도하고 바랄 때 하나님께서 들어주신다. 한국교회마저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해서 나 몰라라하면 정말 한반도의 통일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떠한 방법으로도 남과 북의 통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쉽지 않았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독과 서독의 통일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바로 교회가 누구보다 앞장서서 통일에 대한 가교역할을 했다.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에 대해서 교회가 나서서 해결의 열쇠를 자처했다. 동독과 서독 교회의 지도자들은 통일이 있기 전 분단인 상태에서 정기적으로 만났으며, 성도들 역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교회가 화해와 일치의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한 셈이다. 오늘 한반도에 필요한 것이 바로 교회의 이러한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신뢰감을 먼저 회복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솔직히 한국교회의 오늘 모습은 벼랑 끝에 매달린 상태다. 누구보다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소외된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여기에 각종 범죄에 연루되거나, 높은 권좌를 위해 비윤리적, 비성서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화합과 일치의 모습을 보이기보다, 분열과 갈등의 온상으로 추락해 더 이상 온전한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사이 한국교회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했고, 마이너스 성장은 지속되어 앞으로 20년 후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의 것이 아닌, 주님이 주신 말씀만 붙잡고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의 오랜 숙원인 복음통일, 평화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마지막 찬스를 놓치지 않길 간곡히 소원한다.

예장 합동해외 증경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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