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바다 

어떤 돈을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으로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
비린내가 있다

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
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
돈이 헤엄쳐 온
사람의 바다가 보인다

문 현 미 시인
문 현 미 시인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것일까. 누구는 그 돈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청부 살인마저 한다. 배금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 대부분이 돈 때문이다. 살기 위해, 아니 살아내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주식이나 코인으로 일확천금을 노리기도 하고 사기에 얹혀 한순간 돈을 날리기도 한다. 삶의 가치 기준이 다르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 생각 난다. 이제는 이 말이 아득한 추억이 된 듯하다. 그때는 동물권이나 인권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통용되었으리라. 삶에서 돈은 필요하고 소중하다. 그만큼 잘 벌어야 하고 잘 써야 할 것이다. 

시장 바닥에서 생선을 파는 누군가의 천 원짜리. 그 돈에 시인의 시선이 머무른다. 그날 벌어서 생계를 이어가는 팍팍한 생의 현장이다.“우산도 사치가 되는”곳이다.“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에 땀내, 눈물, 애간장이 배어 있는 돈. 얼마나 귀한 돈인가. 그런데 거기에서 비린내가 난다. 자식 등록금 주려고“찬물에 씻어도/뜨거운 불에 다려도”비린내가 사라지지 않으니까 문제다. 이런 돈이 가끔 손에 들어올 때가 있다. 대개는 지저분한 돈이니 얼른 써 버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인은 다르다. 

시인은 비린내 나는 돈에서 삶의 애환을 감지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자신의 손에 들어온 돈에서“사람의 바다”를 본다.“지느러미가 찢어진 돈”이 헤엄쳐 온 곳이다. 민감한 통찰과 풍부한 상상력의 결합으로 탄생한 시다. 이런 시를 읽으며‘개의 시간’이나‘정승의 시간’이 아니라‘사람의 시간’과 함께한 돈을 돌아보게 된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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