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손에게

넌 웬 팔자 좋아 팔 끝 차지이고
난 왜 맨날 저 아래 다리 밑인가?

넌 늘 상큼한 스킨로션 바르는데
난 왜 습한 신발 냄새나 맡아야 해?

너나 나나 다 같이 땀 흘리거늘
넌 뽀숭뽀숭한 수건 쓰면서
난 왜 젖은 걸레라도 족한 줄 알라는 거지?

너와 나 
사흘만 자리 좀 바꿔보면 안될까?
하늘과 땅 거꾸로 뒤집히면
너 내 심정 헤아릴 수 있을까 몰라

장  춘 시인 : 『인간과 문학』,  등단. 시집  『느낌표 인생』 『 출렁다리』 

정 재 영 장로
정 재 영 장로

시는 일단 변용(變容)으로 보아야 한다. 즉 은유나 상징 등 시적 수사법을 동원한 시인의 숨겨진 의도를 인식하여야 한다. 

이 작품은 발과 손이라는 사물을 들어 담론을 전개한다. 손과 발로 은유하고 상징하려는 본의를 원관념이라 한다. 이때 동원된 손과 발은 보조관념이라 말한다. 보조관념은 객관성을 가져야 하는데 엘리엇은 객관적 상관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런 객관상관물인 손과 발은 무엇 시도하려는 사물일까. 손은 신체의 상부구조에 존재한다.  팔자가 좋다는 것을 보면 사회신분이나 재력 등 여건이 좋은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발은 그 정반대 경우를 말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발은 화자고 손은 상대방이다. 화자는 현실적으로 상대와 다른 입장이다. 단순한 인격체가 아닌 사회적 공동체를 총칭해서 생각해도 된다. 독자에 따라 각자 해석이 다양해질 수 있다. 이런 다양성을 시의 애매성(모호성 ambiguity)이라 한다. 이 애매성이 상상의 폭을 확장시켜 준다. 과학적 진술은 산문이고 묘사는 시의 근본이라 함이 바로 이것을 지칭한다. 많은 경우 독자가 시인의 본의를 알지 못할 까봐 설명을 하려 하는데, 이것은 시에서 자살행위다. 짧고 간단해서 많은 내용을 담는 방법이 시의 표현법이다.  이런 수사법에서 독자는 연어예술인 시가 주는 감동, 즉 미학성을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시는 내용과 형식이 동시에 중요하다.

예시는 역지사지를 말하기 위해 상하로 존재하는 손과 발을 동원하였다. 숨긴 의미 중 하나는 발이 지탱할 때 손도 자유롭게 됨을 함축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성 위치 전환은 융합시론 특성이다. 

예시는 탄탄한 창작론 바탕 위에 만든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작품처럼 이론과 실제가 겸비된 작품을 읽으면 현대시의 시창작론의 신뢰성을 확인시켜 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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