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시편 145는 전체 시편의 절정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시편의 공식적 결론으로 보기도 어렵다. 전형적인 찬양시로 분류되는 시편 145는 내용과 형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내용적으로 보며 할렐루야로 시작하고 마치는 ‘작은 할렐’ (시편 146-150) 직전에 놓여 앞선 시편을 요약한다. 특히 20절, “여호와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은 다 보호하시고 악인들은 다 멸하시리로다”<개역개정>는 시편 1의 마지막 절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신학적 주제로 볼 때 하나님을 ‘왕’으로 지칭하고(1절), 우주적 통치에 대한 고백이 뒤따르며(8-9절),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복을 빌고(16절),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찬양하는 것(13절) 등은 시편을 전반적으로 마무리하는 인상을 준다. 그리하여 시인은 5절에서 주의 경이로운 일들을 읊조리겠노라고 다짐한다(시 119:15, 23, 27, 48, 78, 97, 99, 148).

한편 시편 145의 형식적인 특징은 매우 독특하다. 시편의 구성이 22절로 짜여있다면 히브리어 알파벳 22글자를 활용한 노래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시편 25, 34가 여기에 속하며, 시편 119는 176절로 상당히 길지만 22×8이니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그러나 시편 33은 22절이어도 알파벳을 따르지 않았고, 시편 145는 21절이지만 실제로 알파벳 시편이다. (시편 9-10, 37, 111, 112 등은 알파벳을 따르고 있으나 분절과정에서 현재와 같이 22절로 나뉘지 않은 경우다.) 과연 시편 145가 본래 알파벳 순서로 작시되었을까? 히브리어 원문(MT)은 13절 이후에 다음 구절을 각주로 소개한다. 

주님의 모든 말씀은 진실하고, 그의 모든 역사는 신실하도다.<私譯>

야훼의 말씀은 언제나 진실되고, 그 하시는 일 모두 사랑의 업적이다.<공동> 
주님이 하시는 말씀은 모두 다 진실하고, 그 모든 업적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새번역>
The LORD is faithful in all his words, and gracious in all his deeds.<NRSV>

<70인역>과 사해사본(11QPsa), 시리아 역, 그리고 케니코트 사본(142)에는 히브리어 눈(n)으로 시작되는 구절을 수록한다. 이렇게 되면 시편 145는 히브리어 알파벳 22글자를 온전히 활용한 완벽한 알파벳 시가 된다. 문제는 추가 본문이 17절의 “주님의 모든 말씀은 의롭고, 그의 모든 역사는 신실하도다”<私譯>는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독자들이 두 구절의 차이를 알아차리도록 굵은 글씨로 처리하였다. 처음 단어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똑같다. 거의 똑같은 내용이 시 한편에 유사하게 반복되었다는 사실은 억지로 추가하지 않았는지 묻게 한다.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8:1과 9, 시 42:5와 11, 시 136:1-26 등에 보듯 동일한 내용의 반복은 교창과 다양한 방식에서 흔하게 쓰였다.  

구약성서에 알파벳을 활용한 본문은 위에 언급한 것 외에 애가 1-4장, 잠언 31:10-31, 나훔 1:2-8(א에서 כ까지), 그리고 외경 집회서 51:13-30 등에 나온다. 애가 3장은 66절인데 알파벳 한 글자를 각각 3절씩 구성하여 66절(22×3)이 되었다. 잠언 31장의 스물 두 절은 지혜를 현숙한 여인으로 의인화한 르무엘의 교훈이 알파벳 순으로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알파벳 시는 제의보다 교육용으로 활용되었다고 봐야 한다. 시편 145 저자, 또는 시편 편집자가 전체 시편을 알파벳 시로 압축하여 ‘작은 할렐’ 앞에 소결론으로 위치시킨 이유는 분명하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편을 제의 뿐 아니라 역사와 신앙 교육을 위한 텍스트로 반복하여 적용시키려는 것이다.

“하루 세 차례 시편을 낭송하는 자에게 천국의 자리가 예약된다.” 탈무드의 격언이다(BT, Tractate Berachot 4b). 매 순간 휘둘리는 감정의 변화와 내일을 예상하기 힘든 일상의 삶에서 말씀과 시편의 규칙적인 읽기가 정신적, 영적으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주는 유대 현자들의 교훈이다.  시인은 주의 이름을 송축하며, 찬양하며, 선포하며, 읊조리며, 고백한다. “주의 나라는 영원하며 주의 통치는 대대에 이를 것이라”(13절). 그러니 “할렐루야, 내 영혼아 여호와를 찬양하라”는 찬미가 끝까지 줄곧 이어진다(시 146-150).
한신대 구약학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