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장마로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게릴라성 집중 호우로 인한 사망 실종자가 50명으로 집계되는 등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충북 청주 오송에서는 순식간에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버스 승객 등 10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참사가 있었다.

올 장마는 많게는 550넘는 폭우가 하루동안 쏟아지기도 했다. 피해가 컸던 충청남북도와 경상북도, 전라북도 지역을 기습 폭우가 휩쓸었다. 그런데도 올 장마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어서 언제 어디서 더 큰 재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더구나 태풍까지 예고된 상황이라 수해 복구와 함께 더욱 철저한 재난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장맛비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과거엔 기상 예보로 어느 정도 예측과 대비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예보와는 다른 물 폭탄이 특정 지역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등 종잡을 수가 없다. 이런 장마가 최근 들어 번번해진 궁극적인 원인은 온난화에 있다. 하나님이 주신 지구를 인간이 바르게 관리하지 못하고 함부로 낭비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상 기후는 비단 한반도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온이 최고 56도까지 오르는 살인적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에서는 45년 만의 최악의 홍수가 인구 밀집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이상 기후의 주범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다. 이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불러왔다. 결국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폭염과 폭우, 산불 등의 이상기후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이 만든 인재라고 하는 게 맞다.

사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를 막을 비책은 없다. 그러나 대비를 잘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재난 매뉴얼을 만들고 방재 대책도 강화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곳곳에서 구멍이 뚫렸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비슷한 인명 피해 사고는 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막지 못했다. 집중 호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 붕괴의 위험이 있었는데도 하천 근처의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건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이다. 안이한 행정력으론 이런 사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인재는 그 책임 소재를 특정하기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모두가 공범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할 때가 되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변화는 더디더라도 지구에서 숨 쉬고 사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부과된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번 수재로 많은 교회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교단들마다 적극적인 복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수재민에게 필요한 구호품을 전달하고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게 온실가스의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실천이다.

하나님은 인간이 누리고 살라고 지구라는 완벽한 환경을 선물로 주셨다. 그런 아름다운 환경을 마구 허비한 대가가 너무나 참혹하다. 파괴하는 건 한 순간이지만 복구하는 데는 한 세대가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인류의 미래 생존이 달린 문제에 한국교회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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