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의 20대 신입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앞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도 있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바닥까지 떨어진 교권의 추락이다.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교사의 본연의 역할이 위태로워진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문제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끔찍한 결과에 도달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교계 일각에서는 학교와 교실에서 교육을 망가트린 주범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하고 있다. 이 조례가 제정된 후 학교 안에서 교사의 지도 학습권이 완전히 무너지고 오로지 학생의 권리만 남았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10월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됐다. 당시 진보 교육감이 이를 주조했다는 게 정설이다. 20121월에 서울시와 광주광역시가, 2137월에는 전라북도에서 잇따라 제정됐다. 현재 전국 17개시도 중 서울·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 등 6곳에서 시행 중이다.

조례는 주로 체벌과 학생 의사에 반하는 두발 및 복장 규제 등에서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외에도 서울과 경기, 전북, 충남에서는 성별과 종교, 정치적·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교계 일각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교계는 이번 기회에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에서 학교를 무법천지로 만든 학생인권 조례는 학교가 더 이상 회복 불능상태에 빠지게 전에 폐지하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역풍을 맞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는 기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예컨대 학생의 권리만을 인정하고 교사의 수업권 등 다른 권리는 침해해도 상관없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조례가 학교와 교실을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폐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 피해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현장 교사들도 학생들의 권리만 규정하고 교사의 지도 학습권에 대한 보장 규정이 없는 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뜯어 고쳐서 누더기가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각 시도 교육감들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작정하고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했는가 하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다만 차별금지법을 학생 인권조례에 포함시킴으로써 젠더 이념을 주입하려 시도한 건 교계로선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솔직히 학교 교육의 붕괴는 학생과 교사간의 관계 단절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건 지엽적인 문제로 비친다. 그렇다면 관계성과 상대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 교사가 책임 있게 학생을 교육 지도할 수 있는 권한만이라도 법으로 보장한다면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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