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 목사.
김중곤 목사.

대한민국의 치안이 무너졌다. ‘묻지마 범죄로 인해 평온하던 일상이 발칵 뒤집혔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일어난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은 많은 인명피해를 냈고, 사람들은 공포심에 외출마저 삼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곳곳에서 모방범죄로 자신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불행을 남 탓으로 돌리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중한 생명을 빼앗는 이런 범죄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사람들이 다중이용시설의 경계를 강화하고, 총기 허용이라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이제 봐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불안에 떠는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물러섬이 없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단순히 후속조치에만 매달리면 이와 같은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단순한 장난이나 어떠한 모방범죄라도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생각하지 않고, 정부와 경찰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아울러 오늘 묻지마 범죄가 증가한 이유는 1등만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 체제도 기여한 바가 크다.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교육을 어릴 적부터 받아왔고, 항상 높은 곳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낙심이 크고, 자신은 노력했는데 안 된 것을 모두 사회 탓으로, 남 탓으로 돌린다. 특히 1등만 강요하는 교육은 오히려 사회성을 후퇴시켜 오늘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1등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모두의 개성을 살려 성공이라는 개념이 각자 다를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바꿔야 한다. 아이들이 책상에서만 앉아서 혼자서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닌, 뛰어 놀면서 땀도 흘리고 친구들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것을 경험하도록 해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세상에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패닉에 빠진 국민들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고,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역할에 한국교회에 나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먼저 우리 사회의 곳곳에 억눌린 자들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그들이 언제든지 교회의 문턱을 넘어 아픔을 나눌 수 있도록 이해하고 배려의 정신이 필요하다. 그저 사회적 문제로만 돌리지 말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감춰져 있는 불안적 요소를 치유하는데 교회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이 마음 붙이고 속내를 이야기하고,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세상에 하나님 사랑을 널리 전파하고, 위로와 격려자로서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 기도회를 열고, 하나님께 간구해야 한다. 기도의 힘으로 이 난국을 극복해 나가고, 더는 우리 사회에 안전을 위해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울부짖어야 한다.

이 기회에 사회적 안전망을 철저히 점검해서 우리나라가 다시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은 나라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 안전한 나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합동총신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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