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목사.
정서영 목사.

8.15 광복절 제78주년을 맞았다. 일제의 폭거와 억압 속에서 어두운 그림자에 갇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광명의 빛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또 우리 민족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일제의 갖은 핍박에도 분연히 일어서 목숨 바쳐 지켜낸 선열들과 믿음의 선배들의 나라사랑 정신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만방에 알린 뜻 깊은 날, 경제와 정치, 사회 등 어느 하나 온전치 못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국가를 살리기 위해 다시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진정한 광복을 이루길 소망한다.

오늘 대한민국의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모두가 내 한 몸 희생해서 나라를 먼저 생각한 이름도 빛도 없던 민초(民草)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작은 잡초에 불과했던 이들이지만, 나라를 빼앗길 수 없다는 마음은 송죽(松竹)과도 같았다. 일제의 총칼이 눈앞에 와도 무릎을 꺾을 수 없었다.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이 자주독립국가의 모판이 되고, 오늘 우리가 일상의 자유를 영위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은 선열들의 피와 땀이 무색하리만큼, 완전한 광복을 이루지 못했다. 일제의 식민지를 이제 막 벗어난 우리 민족은 채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이념 논쟁에 휩싸여 한민족끼리 총구를 겨누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대국들의 실리추구의 도구로 전락해 남과 북으로 나뉘어 벌어진 대리전쟁의 참상은 오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치욕으로 남았다. 오직 독립을 위해서 힘을 모았던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에 먹칠을 하고, 심지어 그들은 이념 논쟁의 희생양까지 됐다. 그렇게 78년이 지난 오늘에도 진정한 광복은 우리 곁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남과 북의 갈등뿐 아니라, 대한민국 안에서도 수많은 갈등구조가 생겨 하나 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이념 갈등은 심각하며, 세대 갈등, 노사 갈등, 남녀 갈등, 지역 갈등, 빈부 갈등 등 온 천지가 분열과 갈등의 신음 소리다. 오직 자주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한마음이었던 모습과는 너무나 상반된다. 우리 선열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정말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통탄할 일이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며, 누구를 위해 피와 땀을 흘렸는지 이해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아름다운 나라사랑 정신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억장이 무너진다.

오늘 8.15광복절 제78주년을 맞아 아직 미완에 그친 조국의 광복이 완전히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선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지금처럼 서로의 유익을 위해서 불협화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은 언제나 남 탓만 하는 정부와 여야의 행보에 피로감을 느낀다. 지금은 서로를 향해 헐뜯기 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금씩 양보하면서 그 힘을 국민을 위해 힘써야 한다.

우리 사회도 각종 분열과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하나 됨의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 개인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오늘,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모두가 불행한 나라가 되어 버린다. 작금의 사회는 너무 만을 강조한다. ‘내 것이 아니면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나와 너가 하나가 되어 우리가 되는 곳이 사회다. 때문에 이제는 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손을 맞잡고, 화합과 일치로 나가야 한다. 그 길이 바로 미완에 그친 광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국교회 역시 미완의 광복을 완성으로 만드는데 큰 책임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불협화음을 종식시키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세상, 하모니가 울리는 세상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복음통일과 평화통일의 기치를 내걸고, 끊어진 한반도를 하나로 연결하는데 뜨겁게 기도해야 한다. 지금은 일어나 빛을 발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기총 대표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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