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기 목사.
김탁기 목사.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은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130년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중심에 서 있었던 한국교회였지만, 점점 곁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물론 이 위기를 자초한 것은 어찌 보면 한국교회 스스로에게 있다. 앞만 보고 부흥과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에 소홀했다. 여기에 맘몬주의와 기복신앙은 한국교회 후퇴를 더욱 부채질했고, 어느새 한국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처했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한국교회는 하루라도 빨리 잃어버린 본질을 되찾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본질을 되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가진 것이 많다. 누리는 것도 많다. 이제는 더 가지려 움켜쥐지 말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선 잃어버린 한국교회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한다. 실추된 이미지를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선 끊임없이 낮아지고 또 낮아져야 한다.

우리는 과거 서해안 기름유출, 아이티 및 동일본 대지진 등 크고 작은 여러 사건 속에서 보여준 섬김의 역사가 있다. 한국교회는 언제나 앞장서서 그들의 고통에 공감했고, 함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데 전력을 다했다. 누가 떠밀었던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예수 그리스도의 아낌없는 나눔과 섬김에 동참한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한국교회에선 유의미한 섬김의 모습이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한국교회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대회 운영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터에 태풍까지 겹쳐 절체절명의 순간, 한국교회가 스스로 대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그들의 편의제공에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교회총연합은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통해 경기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청소년 수련시설인 영산수련원을 대원들에게 지원했다. 또 이들에게 간식도 지원하는 등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자칫 실추될 뻔했던 대한민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사랑의교회도 오정현 목사를 필두로 잼버리 대원들을 섬기는데 최선을 다했다. 교회내 채플실을 숙소로 사용하도록 해 1천여명의 대원들을 섬겼으며, ‘스카우트 문화의 날 사랑의교회가 섬긴다를 통해 4천여명의 대원들에게 한국문화를 전하기도 했다. 새에덴교회도 소강석 목사와 함께 비전홀을 비롯한 교육관 전체 공간을 개방해 500여명의 대원들에게 숙소로 제공하고, 방문 대원들에게 매트와 담요를 포함한 침구류와 한국의 정이 담긴 음식들을 지원하는 등 한국교회의 아낌없는 나눔과 섬김의 본을 온전히 보여줬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한국교회는 대사회적으로 많은 부분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지 이번 모습만으로는 지금까지 실추된 이미지를 단숨에 올리기에는 부족하다. 앞으로도 계속 사회 곳곳에서 아낌없는 나눔과 섬김으로 선향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차츰차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덧붙여 오늘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인 분열과 갈등도 더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지금은 오직 그리스도만 바라보며 화합과 일치로 하나 됨의 본을 보여야할 때이다. 한국교회가 선한 영향력을 통해 다시 우리 사회의 중심에 서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리스도의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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