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총이 통합하기로 합의하고 거의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지난 18일 한교총 상임회장회의에서 이 문제가 나왔는데 예장 통합 등 주요 교단이 반기를 든 것이다. 사실상 통합이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한기총과 한교총은 양 기관 대표회장과 통추위원장 간에 수 차례 회동을 통해 오랫동안 통합에 걸림돌이 돼 왔던 문제를 치우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총은 통합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명칭만큼은 한기총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었는데 통합 논의과정에서 그 문제가 수용된 게 하나의 예다. 대신 정관은 한교총의 것을 준용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그런데 핵심은 명칭 문제가 아니었다. 한교총 상임회장단에서 터져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한기총 내 이단 문제와 그동안 한기총이 한국교회 안팎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치는 게 회원 교단들을 통합에 회의적으로 만든 요인이다.

이날 회의에서 고신 총회장은 이단 문제 해결 없이 통합하면 우리는 빠지겠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통합 총회장도 이단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각 교단 9월 총회에서 허락을 받은 후 추진하자는 신중론을 꺼내 들었다.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등이 한기총 내 이단 문제는 행정보류, 제명 등의 조치로 이미 다 해결됐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한교총 내 일부 교단들이 한기총 내의 이단 문제를 제기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한교총에 속한 교단이 과거 한교연에 있을 때도 한기총과 통합 문제가 나올 때마다 앵무새처럼 똑같이 하던 말이다. 그런데 정말 이단 문제가 본질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통합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이치에 닿는다.

문제는 한기총과 통합을 추진해온 한교총 지도부가 이런 내부의 분위기를 몰랐겠느냐 하는 점이다. 알고도 그냥 밀어 붙었다면 정말 통합에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몰랐다 해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사실 한교총 내 일부 교단이 제기한 문제가 정말 양 기관이 통합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 요인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겉으론 이단 핑계를 대지만 속마음은 통합의 당위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흐르자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당사자들이 불신을 당하는 모양새다. 한교총 통추위원장으로 오랫동안 양 기관 통합의 전면에 나섰던 모 인사는 최근 한 언론에 쓴 칼럼에서 나는 지금까지 선악을 넘어서, 옳고 그름을 넘어서 진심을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뉘앙스로 봐서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조차 부정적인 말들이 떠도는 상황이 낯설고 불편했을 것이다.

한기총은 통합을 결의하기 위해 오는 97일에 임시총회가 예정돼 있다. 그런데 한교총 측에서 이미 부정적인 기류가 전달된 마당에 과연 통합을 밀고 나갈 동력이 그대로 유지될지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한기총과 한교총 간의 통합 추진은 본래 한교연까지 3기관이 보수 대통합을 이룬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그러나 한교연이 빠진 채 두 기관이 합의에까지 도달하면서 이미 상당한 명분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정말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해서였건 의욕과 욕심만으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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