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연합기관 통합이 일단 무산된 모양새다. 한기총과 한교총이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는 등 통합 직전까지 갔으나 각자 최종 승인절차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한기총과 한교총 간의 통합은 양 기관 대표와 통합추진위가 합의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듯 보였다. 한기총은 그동안 요구해온 명칭을 그대로 쓰기로 해 역사성을 인정받게 됐고, 한교총은 정관을 고수함으로써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어찌 보면 윈-윈 합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잘 진행될 듯 보였던 두 기관 통합은 한교총 상임회장회의에서 발목이 잡혔다. 한교총 주축 교단인 예장 통합과 고신 등이 한기총 내 이단 문제를 선결과제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 내 이단 문제가 다 해결됐다며 설득에 나섰으나 장로교 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총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일부 교단의 주장과 이단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야 한다는 요구에 당장 통합총회를 열려던 계획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한기총은 지난 7일 실행위와 임시총회를 열어 기관 통합을 최종 인준받으려 했다. 그러나 한교총에서 거론한 이단 문제에 심기가 불편해진 데다 한교총의 정관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단체들의 입지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결국 잠정 보류를 선언했다.

한기총이 통합을 결렬이 아닌 잠정 보류하기로 한 건 통합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으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상대가 통합할 마음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데 이미 마음이 상한 모습이다.

두 기관의 통합은 일단 갈라졌던 보수연합기관이 뭉친다는 데서 교계의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그동안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서 세부 합의에 이르기 전에 여러 가지 문제에 제동이 걸린 사례가 허다했던 만큼 굵직한 문제를 통 크게 합의한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서로가 가진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함구해 온 것이 오늘의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 우선 한기총은 명칭을 한기총으로 하기로 했다는데 크게 고무된 듯하다.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게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니라 한기총의 정체성이 어디 있는가부터 살폈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기독교 교단과 단체들로 이루어진 한기총이 교단연합체인 한교총 정관을 따르기로 한 건 일종의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한교총은 과연 정말 한기총과 통합할 의사가 있는지 스스로 되물을 필요가 있다. 한교총은 창립 당시 한교연을 이룬 주축 교단인 통합, 백석, 기성 등과 한기총에서 탈퇴한 합동, 그리고 교단장협의회 멤버인 기감이 의기투합해 만든 단체다. 한국교회 95%의 교세라고 자랑하던 한교총이 뭐가 아쉬워 한기총과 통합하냐는 말이 아직도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게 현실이다.

한기총 내 이단 문제는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걸려낼 수 있었다. 그런 문제를 최종 단계에서 다시 들고나오는 건 통합의 진정성에 의심을 살 수 있다. 보수 대통합에 한교연이 빠진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두 기관 모두 통합 의지가 없는 게 아닌 통합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어렵사리 통합에 합의해놓고 의지가 꺾인 이상 언제 다시 탄력을 받을지는 요원하다. 말로만이 아닌 정말 통합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선 상대가 아닌 각자의 문제점을 돌아보는 진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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