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 연 교수
장 보 연 교수

오늘 아침 카톡에 어머니와 아들의 편지가 올라 왔다. 한마디로 옛날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이웃의 인간적인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너와 그가 없는 오늘날의 세상에서, 정겹고 감동을 준다. 마음이 찡해 혼자 읽기에는 아쉬워 아들이 어머니에 쓴 이야기 형태의 편지를 그대로 담아본다. 미리 밝히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 하나님의 참사랑, 이웃을 향한 사랑이 그대로 베어 있다.   

“파란 보리알 한 사발을 작은 손가락으로 만들어 들고 온 어린 아들의 곱고 고운 정성에 나는 울었다. 고사리 같은 너의 두 손을 꼬옥 안아 주고 싶었지만, 나는 너를 위해 매를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안아주고 싶은 자식을 때려야만 했던 엄마는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픔이었다. 엄마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 정말 고맙다. 내 사랑하는 아들아. •••”

어머니의 편지에 아들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글을 쓴다.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집에 먹을 것은 없고 엄마는 몹시도 아파서 방에 누워 앓고 계셨다./굶고 누워만 계시는 엄마를 지켜만 볼 수 없어 보리밭으로 나갔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파릇파릇한 보리 이삭을 손으로 잡았다. 남의 것을 훔치려니 손이 떨리고 무서웠다./엄마를 위해 용기를 내어 한 아름 뽑아다가 불을 피워 놓고 태워 익혔다./태운 보리를 내 작은 손가락으로 비벼서 파란 보리알을 골라 하얀 사발에 담았다. 누워 신음만 하시는 엄마 앞에 조심히 사발을 들고 앉았다./엄마, 이거라도 드시고 기운 내세요. 엄마는 힘들게 일어나 앉으시더니 내 손을 보시고 사발을 보셨다./내 손은 까맣게 재가 묻어 있었다./‘어서 나가서 매를 만들어 오너라.‘ 소나무 가지를 꺾어 매를 만들어 왔다. ’굶어 죽더라도 남의 것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거야. 바지를 걷어 올리고 많이 맞았다./까칠까칠한 소나무 가지라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도둑질 안 할게요.’/엄마를 위해 했던 일이 도리어 엄마를 슬프게 하고 말았다. 마음까지 아프게 한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 울었다./‘이대로 들고 가서 밭주인에게 사죄 하거라’ 사발 속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친구 달봉이네 집으로 갔다. 하얀 사발을 앞에 놓고 마당 가운데 무릎을 꿇었다./‘달봉이 엄마, 용서해 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달봉이 엄마는 깜짝 놀라 달려 나와 물으셨다./난대 없이 이 사발은 뭐고, 용서는 무슨 말이냐?‘ 보리타작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달봉이 엄마는 나를 일으켜 세우시더니 내 다리부터 보셨다./내 종아리를 보신 달봉이 엄마는 나를 안고 우셨다./’이 어린 자식이 무슨 죄야, 가난이 죄지.너의 엄마도 참~.‘/달봉이 엄마는 눈물을 닦으시며 보리알 사발에 쑥개 떡을 담아 주셨다./‘엄마 밥은 내가 만들 테니까, 너는 걱정 말고 가서 쑥떡이나 먹거라.”

이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생각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초월적인 어머니의 사랑, 아카페 사랑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탐욕에 길들여진 오늘의 세상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탐욕에 길들여져 부모를 살해하는 세상에서 이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진다. 부모 역시 내 자식만을 생각하며, 그들만을 세상을 구축하는 세태 속에서, 이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진정한 이웃, 내 마음을 열어 너와 그를 받아드리는 참사랑이 그대로 복아 있다. 그 옛날 어렵고 힘들던 시대에 이 땅의 백성들은 정이 흘러 넘쳤다.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 인가. 이웃이 아프면, 죽이라도 만들어 함께 나누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너내는 이야기라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교훈을 준다. 

또한 아들의 어머니를 향한 사랑, 어머니의 아들을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사랑, 이 모두는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생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랑이다. 나의 마음을 열어 너의 마음을 받아드릴 수 있는 계산되지 않는 사랑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참사랑, 초월적인 어머니의 아가페가 아닌가.      

굿-패밀리 대표•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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