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수 목사.
노성수 목사.

지구가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 이것은 어느 영화의 소재가 아니다. 작금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바로 인간의 이기가 불러온 기후위기가 부메랑이 되어 인간의 목줄을 쥐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홍수와 지진, 해일이 일고 있으며, 매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에 따르면 수천, 수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정말 기후위기의 칼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기후위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지구온난화의 경고를 들어왔고, ‘인류종말시계의 바늘이 12시 방향을 향해 가리키는 것을 보고 또 봤다. 수치상 이제 90초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호들갑도 떨었다. 그러나 결코 달라진 것이 없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후진국들은 후진국대로 각자의 형편을 이야기하면서, 기후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는 사이에도 지구는 인류에게 계속해서 경고를 하고 있었는데, 외면하고 또 외면했다.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지난여름 유례없는 극한호우를 겪었다.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비에 산은 무너져 내렸고, 삶의 터전을 휩쓸고 지나갔다. 매일 다니던 출근길이 사지가 되어 버렸고, 정성들여 기른 작물들은 온데간데없다. 단지 올해 날씨가 유별나다고 치부하기에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정말 이제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인간의 유익을 위해 파괴한 오늘,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지구의 경고는 단순히 경고로만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창조질서 보존에 지금의 몇 배의 노력을 더해야 한다. 특정 국가나 단체의 행동에만 박수를 보내지 말고, 모두가 기후위기 극복의 실천적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보다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을 펴고, 지구온난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에너지 대신,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선진국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훼손한 자연을 되살리는 일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자해야 하며, 개발도상국들도 선진국이 했으니 우리도 발전할 때까지 동참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구환경을 지키는데 동참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모을 때이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국가적 노력에 더해서 인류 개개인도 자신만의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국가적 노력이 거시적인 것이라면, 개개인의 노력은 거창할 것까지 없다. 삶 속에서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실천에 옮기면 된다. 간단한 예로 매일 쓰는 물과 전기를 아껴 쓰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쓰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절기마다 사고 버리는 옷들도 아껴 입고, 메일함에 가득한 메일 중 불필요한 것들은 삭제하고, 이면지를 쓴다거나 화장지를 아껴 쓰는 등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다.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이러한 작은 실천들을 하나하나 모아나간다면 남극 빙하의 눈물이 멈추고, 분명 지구환경은 자정작용에 의해 좋아질 수 있다.

한국교회도 힘을 보태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파괴되어 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교회가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누구보다 나서서 지구환경 지키기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성도들을 태우러 곳곳을 누비는 교회버스를 줄이고,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혹은 걸어서 교회를 출석하도록 유도하고, 교회주보를 이면지를 활용하고, 안 쓰는 전기의 콘서트는 빼놓고, 수도꼭지도 잠그고, 에어컨이나 온풍기를 계속 틀기보다는 주기적으로 환기를 시켜서 공기의 순환을 이끄는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교회가 창조질서 회복에 앞장서고, 모든 생명의 돌봄을 책임지고 나설 때 비로소 지구환경은 온전히 재생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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