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임 목사.
유순임 목사.

1517년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발발된 종교개혁운동이 506주년을 맞았다. 세월이 흘러 5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부르짖은 개혁과 갱신의 목소리는 오늘에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 기독교의 모습이 500여년 전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부흥성장을 일궈내며 본이 됐던 한국교회마저 중세 유럽교회를 그대로 닮아가며, 2의 종교개혁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진심을 담은 개혁과 갱신의 자성의 목소리가 없다면 정말 한국교회의 20년 후, 아니 당장 10년 후도 장담하지 못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봐야할 때가 바로 오늘이다.

작금의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바로 솔라 피데(Sola Fide, 오직믿음으로), 솔라 스크립투라(Sola Sctiptura, 오직 성경), 솔라 그라티아(Sola Gratia, 오직 은혜), 솔루스 크리스투스(Solus Christus, 오직 그리스도), 솔리데오 글로리아(Soli Deo Gloria, 오직 주님의 영광) 등 종교개혁의 5대강령이다.

사실 한국교회가 무한한 성장을 하면서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주의 종들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매달렸던 주의 종들이 가장 낮은 자로서 섬김의 자세가 아닌, 오히려 저 높은 권좌에 앉아 섬김을 받고 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도 휘황찬란한 외형 치장에 빠졌고, 급기야 성도들의 골육을 짜내어 성전을 건축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리한 건축으로 인해 재정상태가 악화되자 하나님의 성전을 이단사이비에게 파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순종하고 겸손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반항적인 철부지들의 모습만 남아 있다. 지금이야말로 제2의 종교개혁운동의 횃불을 높이 들 때이다.

한국교회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속과 맘몬에 사로잡혀 성경을 등한시한 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직 성경 말씀대로 행하고, 실천해야 한다. 오직 그리스도만 섬기며, 돈과 권력의 늪에서 탈출해야 하고, 세상의 복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만 간구해야 한다. 특히 개인의 욕망이나 이익, 권력 등 탐욕에 눈이 멀지 말고,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세상의 욕망을 계속해서 취하려 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덧붙여 겸손하고 순종하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는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랑을 실천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작금의 교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재정상태가 많이 어려워짐에 따라 선교비나 구제비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이럴 때일수록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향한 나눔과 섬김의 폭을 줄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열심히 실천적으로 나서서 고통에 처한 우리 이웃들을 돕는데 힘써야 한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데 전심을 다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또 세상을 향해 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교회가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고, 오직 주님 말씀대로 올곧이 전진해야 한다. 특히 여러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되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교회부터 먼저 하나 됨의 본을 보여야 한다. 하나가 되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나 대가가 필요치 않다. 지금처럼 깨지고 또 깨져 흩어지지 말고, 오직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 복음통일,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두 팔 걷고 나서야 한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인 이슈들을 모두 접어두고, 오직 주님 안에서 한반도에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종교개혁 506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를 향한 주님의 지상명령이다. 종교개혁 506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운동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개혁과 갱신의 목소리를 드높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열린총회 초대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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