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규 목사.
강동규 목사.

전 세계 곳곳에서 고통과 아픔의 신음소리가 진동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국제적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의 경고는 이제 실제가 되어 인류를 직접 타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각종 바이러스 질병은 호시탐탐 세계의 규칙을 흐트러뜨리고 있으며, 마실 물과 먹을 것이 없어서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들이 여전하다. 우리가 정말 2023년을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갈 정도다. 하지만 엄연히 2023년 오늘의 이야기들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쟁과 질병, 기아,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은 온전히 그들만의 몫이다. 뉴스를 통해서 연일 각종 소식들이 전해지지만, 누구도 쉽게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어두운 현실을 위로와 격려하기는커녕, 그저 가십거리로 이야기할 뿐이다. 그들이 왜 고통에 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는지, 자극적인 뉴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은 지옥과도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간절히 바라지만, 생각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은 많지 않다. 특정 국가나 기관, 단체만이 그것도 정치적, 이념적, 실리적인 입장에서 도움을 줄뿐, 진정한 사랑실천은 부족하다.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국제사회가 고립과 단절의 굴레에 빠진다. 고립과 단절이 반복되면 결국 또 다른 전쟁의 불씨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 무거운 짐을 한국교회가 조금이라도 나눠 드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실 오늘 한국교회의 가장 큰 기도제목은 부흥과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뜩이나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던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교인들마저 급감해 무려 1만여 교회가 문을 닫았다. 어찌 보면 부흥과 성장만이 벼랑 끝에 내몰린 한국교회의 최우선 과제인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오늘의 현실이 단순히 코로나19에만 있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고, 이미 한국교회는 큰 불이 나 있었다. 분열과 갈등의 연속이었고, 세속주의와 맘몬주의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렸다. 대사회적 위상이 추락해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지경이었다. 이런 한국교회가 부흥과 성장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지금은 초대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하고, 한국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외형적 부흥과 성장만을 바라지 말고, 개혁과 갱신으로 속부터 단단하게 변화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두고서 이념적, 종교적인 색채만을 내세우지 말고, 재앙 속에서 진정 무고한 희생자들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인도주의적 지원과 함께 기도를 멈춤 없이 지속해야 한다. 종교가 다르고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갈등과 반목, 증오를 생산해 내는데 일조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이 폭력적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파를 초월해 무릎 꿇고 뜨겁게 기도해야 한다. 기도로써 하나님의 의를 구하고, 파괴적 전쟁이 멈춰지길 소망해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오늘 기후위기는 어느 한 국가나 기관, 단체,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지켜야할 소중한 지구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파괴되고 있는 데에도, 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한국교회는 누구보다 먼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대안을 모색해야 하고,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온전히 보존되도록 기도해야 한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하고, 그들 역시 온전한 하나님의 보호하심 속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로서 간구해야 한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한국교회만은 그들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고, 그들의 아픔을 분담해야 한다. 과거 한국교회가 유례없는 부흥과 성장을 이룬 데에는,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면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줬기에 동반성장한 것이다. 오늘 종교개혁 506주년을 맞아 그 때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기아,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이웃들에게 한국교회가 먼저 손을 내밀고 기도로서 그들의 안위를 위한다면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다.

예장개혁선교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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