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기 목사.
김탁기 목사.

한해의 농사를 끝내고 오곡백과 풍성한 수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하지만 올 한해를 무탈하게 지켜주시고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채워주신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던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더 채워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과 불만만 가득하다. 말 그대로 감사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 추수감사주일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작은 것에도 감사를 외쳤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저 물질만능주의가 가득해 텅 빈 창고를 가득 채우기 전에는 입 밖으로 감사라는 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있는 추수감사주일도 점점 형식적으로만 변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수감사주일은 특별헌금을 거둬들이는 절기쯤으로 여기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성공만을 바라보는 오늘 한국교회의 기이한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 외에 것들에 대해선 등한시 한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는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셨다. 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을 하나님께서 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이 풍성해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조차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감사한 마음이며,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감사는 크고 작음에 따라서 나뉠 것이 아니다. 매초 매분 매시마다 모든 것을 풍족케 하시는 주님의 크신 사랑에 아무 조건 없이 감사’, ‘감사를 외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수감사주일 각 교회에서는 감사의 의미를 성도들에게 진중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절기로 그치지 않고, 왜 감사주일을 온전하게 지켜야 하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하고, 더 이상 감사가 인색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가능하면 감사의 편지를 쓰게 하거나, 감사 찬양, 감사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명 마니또와 같은 놀이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추수감사주일을 기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향한 아낌없는 나눔을 실천하길 바란다. 오늘 우리 사회는 첨단시대를 걷고 있지만, 오히려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불균형의 사회가 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해 촉발된 경기침체는 어렵고 힘든 이웃들의 하루하루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서 교회마저 헌금이 줄어들면서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건넨 손을 거두면서, 이들의 아픔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초기 한국교회의 본질로 돌아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그들이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적극 나서길 바란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전 세계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무고한 생명들이 더는 희생당하지 않도록 무릎 꿇고 기도하고, 또 쓰나미, 지진, 해일, 폭우, 폭염 등 유례없는 기후위기로 인해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기도와 함께 녹색운동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더불어 여전히 서로를 향해 포를 겨누고 있는 남과 북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하나님께 뜨겁게 간구하길 기원한다. 무엇보다 추수감사주일 아침, 기도와 믿음이 회복되고, 아낌없는 나눔과 실천이 풍성하길 소망한다.

그리스도의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