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교수
이 민 교수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2020년에는 또 하나의 광풍이 불었다. 바로 ‘MBTI 테스트열풍이었다. MBTI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어로 심리학자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성격 유형 검사이다. 이는 8개의 알파벳인 E(외향형)I(내향형), S(감각형)N(직관형), T(사고형)F(감정형), J(판단형)P(인식형)의 조합을 거쳐 16개의 성격 유형이 나타나는데 개인의 타고난 본성, 동기, 마음, 기질, 성격 등을 밝혀 특별한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장황한 자기소개 없이 8개의 알파벳만으로도 사람의 성격을 신속하고 직설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뭔가 미심쩍기도 하다. 하지만 나름의 합리적인 분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직도 젊은 세대 가운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예수를 구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까? 이를 위한 재미있는 책 한 권이 있다. 바로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애덤 맥휴 지음, 강신덕 옮김, IVP, 2022)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내향적인 성향의 목회자로 자신처럼 내향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하나님께서 다르게 창조하신 내향성과 외향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교회 문화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교회에서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놀랍게도 외향적인 사람의 모습과 흡사하다며 내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외향성 중심 문화가 내향적인 이들을 교회의 주변부로 몰아내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내향적 영성을 훈련하고 삶에 내향적 규칙을 세우는 법, 내향적인 사람이 공동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은사와 관계 형성의 방법, 내향적인 사람의 리더십 역할, 내향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복음 전도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MBTI가 유행하기 전에는 혈액형이 곧 성격이라고 단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A, B, O, AB형 등 네 가지의 혈액형마다 각각의 기질을 규정하곤 했다. 그러나, 혈액형이나 MBTI에는 하나님의 창조와 인간의 타락을 통한 하나님의 구속 사역과 선교 사역의 목적과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 특히, 죄에 빠진 인간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엄청난 사랑과 능력을 간과하고 있다.

로마서 829~30절이 그 근거이다.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니라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

그렇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신 목적은 바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을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으며, 일정한 틀에 피조물을 끼워 맞추지 않으신다. 우리는 사람마다 고유하면서 독특한 성격이 모두 하나님의 창조로 인한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은 각자의 모습대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성격이 아닌 받은 은사대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섬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이 예수의 형상을 본받아 하나님의 창조적 섭리와 선교적 경륜에 순응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MBTI는 무엇인가? 경영자 성격의 ESTJ인가? 통솔자형인 ENTJ? 모험가형인 ISPF? 아니면 통계상 우리나라에서 1,2위를 다투는 ISTJ(현실주의자형)이나 ISFJ(수호자형)인가? 예수님은 본래 본성, 성격, 성향, 성품 면에서 완전하게 충만하신 분(1:14)이며 사랑그 자체(요일 4:16)이기에 어느 한쪽의 성향과 기질로만 표현하거나 행동하지 않으신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성경은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하면서 그리스도인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특별히 성경에는 부활이라는 말과 변화라는 말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 ‘부활변화’! ‘변화부활’! “그는 만물을 자기에게 복종하게 하실 수 있는 자의 역사로 우리의 낮은 몸을 자기 영광의 몸의 형체와 같이 변하게 하시리라.”(3:21) 그리스도인은 부르심을 받고, 의롭다 하심을 입은 후 영화로운 단계로 이어지는 종말론적 사이클로 살아간다. 우리는 장차 그리스도의 영광의 형체, 부활하신 영광의 형체로 변화하기에 MBTI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경계하고 소모적 논쟁을 지양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MBTI가 규정하는 특정의 모습에 갇히기 보다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로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시기까지 보여주신 온유, 겸손, 자비, 긍휼 등의 성품을 성령의 도움을 받아 닮아가야 한다. 물론, 자신의 성격 유형과 성향 파악 그 자체는 죄가 아니다. 또한, 자신의 성격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참고하는 것을 이단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다만, MBTI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 그리고 적용은 반드시 성경에 바탕을 둬야 한다. 교회에 세상이 들어오는 것이 세속화이며 교회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은 복음화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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