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현 식 목사
박 현 식 목사

최근에 남부지역 도시교회에서 목회하는 선배 목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그 메일의 제목은 한 가난한 목사의 유감이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회에도 자본주의가 지배한지 오래되었다.큰 교회의 목사와 가난한 작은 교회 목사의 대우는 천양지차다.큰 교회 목사라면1억 이상은 받는 편이다.문제는 얼마나 많이 받느냐 보다 얼마나 가치 있고 뜻있게 쓰느냐에 있다고 본다.부동산을 매입하고 비싼 아파트에 비싼 차를 굴리고 하는 등의 행위들,나아가 돈을 주체 못하여 도박판을 벌리는 종교인들에 대한 기사들이 차고 넘친다.나는 평생 가난한 목사로 살아간다.통장에 잔고가 거의 없는 편이나ᆢ 그렇다고 배고프지는 않았다.하루 세끼 먹고 사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부족한 것도 모르겠다.적당히 먹고,읽을 책이 있으면 된다.배우 주윤발이 평생 모은 전 재산8100억 상당을 전액 기부하면서 자신은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고도 한다.자본주의 시대에 아무런 노후준비도 없는데 어찌 이리도 무사태평인지 나도 모르겠다.다만 내게 돈이 들어온다면?ᆢ 지금처럼 나를 위해선 기초생활에 필요한 만큼만 쓰고,나머지는 무조건 나눌 셈이다.목사라는 자가 주윤발보다 못해서야 쓰겠는가? 목회성공의 기준이 교세와 물질로 가늠하는 풍토는 이미 오래 전부터이다.그 면에선 나는 실패한 목회자다.그래도 누구 못지않게 자족하며 행복하게 지낸다.자본시대에 진정 멋지고 행복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떠해야할지를 마음으로 그려본다.”

기독교 대한감리회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옥스퍼드 대학생 때 일 년에 28파운드로 생활을 했다.수입이 30파운드로 늘고 연간 소득이 120파운드에 이르렀을 때도,그는 여전히 전과 같이 28파운드로 생활을 했다고 한다.그는 사람들에게 만일 자기가 죽을 때 수중에 10파운드가 넘게 남았으면,자기를 강도로 불러도 좋다고 지인들에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 대다수의 목회자들의 경제적인 형편은 어떠한가?사례금이 적어 최저 생활에도 못 미치고, 목회자임에도 십일조와 헌금 자체가 부담이 되는 가난한 목회자들이 상당수이다.지금도 선교비의 부족,비자 문제,자녀교육의 문제,신분과 지위의 문제로 선교지 체류 자체가 위태한 선교사들이 너무나 많다.열악한 선교 상황에서도 아무런 보장이나 지원,배경이 없어 하늘만 쳐다보아야 하는 이 땅의 선교사들의 안타까워하는 얼굴들이 이 시간에도 떠오른다.그렇다.목회자들의 경제적인 양극화 현상!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혹 목회자들 중에 이에 대하여 이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목회를 잘 해서,교회를 부흥시켜서 이런 후한 대우를 받는 거야,얼마나 무능하고 모자라면 자신이 사역하는 교회도 부흥 못 시켜서 그렇게 궁핍한 생활을 하는지 딱하구먼.”

과연 우리 주님도 이런 목회자의 생각에 동의하실까? 주님은 전혀 그렇게 평가하지지 않으시라 믿는다.

대전지역에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기르는 여인이 돈1만원을 쥐고 동네 구멍가게로 분유를 사러 가 한 통을 들고 계산대에 놓으니16,000원이란다.애 엄마는 돈이 모자란다며 힘없이 돌아섰다.이 손님을 안쓰럽게 여기던 가게 주인이 분유통을 제자리로 가져가 올려놓는 척하다가 땅바닥에 슬쩍 떨어뜨리더니 분유통을 주어들고 나와 돌아가던 부인을 불러 찌그러진 분유 값은 반값이라며,아이 엄마가 내 놓은 1만원을 받은 뒤 거스름 돈 2,000원과 함께 분유통을 건네주었다.아이 엄마는 감사한 마음으로 분유를 얻었고,가게 주인은8,000원에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분유 살 돈이 모자라는 가난한 여인의 마음이 상처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가게 주인의 마음에서 작은 천국을 보게 된다.사실 천국은 저 멀리 따로 동떨어진 게 아니다.

목회자들 중에서 진정한 부자는 누구일까?사례비를 많이 받고 재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물질 때문에 고통 받고 마음 아파하는 동역자들을 구멍가게 주인처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과 섬김으로 배려하면서 스스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아닐까?

날씨가 점점 추워져 가고 있다.우리 한국 교회에 대전지역의 구멍가게 주인과 같은 마음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목회자들을 배려하며 자신의 경제생활 속에서 나눔의 축복을 실천하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한국교회 목회자 인재풀 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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