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교회들이 성탄절 축하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지난 3년여 우리 사회를 옥좼던 코로나19 방역에서 풀려나면서 교회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실시할 다양한 행사를 위해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성탄절은 부활절과 함께 기독교의 2대 절기로 불릴 만큼 큰 의미를 지난다. 그중 성탄절은 하나님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 세상에 보내신 첫 번째 은총의 절기에 속한다. 교회들마다 성탄을 축하하는 데 큰 비중을 두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교회들이 주로 하는 성탄 축하행사를 보면 거의 성가대의 메시아공연과 교회학교 학생들의 성극 등 매년 별 차이가 없다. 과거엔 그나마 성탄절 전야에서 새벽까지 새벽송을 부르며 가가호호를 돌았지만, 지금은 소음 규제 등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연례행사가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실현하는 데 있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을까. 주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 인간의 몸을 입어 이 세상에 오셨다. 그건 가난하고 병든 자, 나약하고 핍박받는 이들의 친구가 되기 위함이다. 그런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방법이 고작 연극과 합창제라면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뜻이 된다.

주님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과 세상의 막을 담을 스스로 허셨다. 율법과 과 죄 아래 신음하던 인간 곁에 다가가셨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세상과 괴리된 채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들만의 세상에 주님을 초대하려 하고 있다. 주님이 과연 이런 교회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시겠나.

과거에 한국교회는 나라와 사회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많은 기독교 선각자들의 희생과 헌신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는 양적으로는 비대해지고 수적으로 팽창했지만, 사회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회는 교회와 교인만을 위한 성탄절, 연말연시 행사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지금 지구촌 곳곳이 전쟁과 분쟁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런 때에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되도록 기도하는 게 교회의 본분이다. 자유를 잃은 북한 동포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임하도록 한국교회가 마음 모아 기도해야 할 것이다.

성탄절과 연말연시에는 유독 가난하고 힘든 이웃의 고단한 삶이 눈에 밟힌다.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가슴을 두드리는 이 시기에 한국교회가 문을 걸어 잠그고 교회, 교인만을 위한 잔치를 연다면 주님이 기뻐하실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탄절은 무엇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 소외된 약자, 가난 속에 질병과 정신적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일을 교회 내 축하행사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성탄절과 연말연시는 교회가 문을 활짝 열고 세상과 지역사회를 맞아들일 좋은 기회다.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던 죽은 믿음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산 믿음으로 주님의 탄생을 축하할 때다. 한국교회가 빛을 따라 행함으로 구주 성탄의 진정한 의미를 더하는 절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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