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문 목사
원종문 목사

아기 예수가 평화의 왕으로 오신 성탄절을 맞았다.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은혜가 온 누리에 충만하길 소원한다. 빛으로 오신 예수의 사랑과 평화가 어둠과 절망으로 가득한 작금의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오늘 우리 사회는 온갖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진통을 앓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어느 한 곳도 성한 데가 없이 고통의 울부짖음이 진동한다. 그럼에도 개인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본질적 문제해결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초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 풍조로 미래가 암울한데, 소중한 시간을 엉뚱한 데 낭비하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봐야 하는데,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천 길 낭떠러지 옆에서 헤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를 소생시킬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 아기 예수가 오신 성탄절을 맞아 닫힌 마음이 열리고,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마음이 꽃피길 바란다. 그래서 이 땅에서 더 이상 분열과 갈등의 잡음이 사라지고, 화합과 일치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길 바란다. 지금까지 수많은 잡음으로 완성하지 못한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이제는 하나 된 마음으로 이뤄나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아기 예수는 가장 낮고 추한 말구유에서 나셨다. 스스로 높임을 받으려고 오신 것이 아닌,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김의 본을 보이셨다. 하지만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은 예수의 길과는 다른 곳을 향해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맘몬주의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렸다. 누구보다 낮은 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가장 섬김을 받으려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그러는 사이 한국교회의 위상은 반비례로 곤두박질해 버렸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그라진 상태다. 이대로는 안 된다.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철저히 낮아져야 한다. 허울뿐인 세상의 것들을 탐하지 말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한다. 예수가 말구유에서 나신 것처럼, 한국교회도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 첫발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떼어야 한다. 지금까지 높은 곳만 향해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라도 마른자리가 아닌 진자리만 찾아다니며 섬김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세상이 당장 몰라주더라도,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세상이 한국교회를 다시 인정해줄 때까지 멈추지 말고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큰 보폭으로 달려야 한다. 이 길이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제일 빠른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금의 세계는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졌는데, 오히려 가슴은 더욱 황폐해져있다. 이미 충분히 가졌음에도 더 큰 것을 갖기 위해 서로 다투고 급기야 전쟁까지 불사한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오늘이 정말 2023년이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까지도 쉽게 앗아가고 있다. 한반도 역시 언제나 풍전등화인 상태다. 평화의 물결은 사라진 지 오래고, 적대감이 극에 달해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다. 이처럼 절체절명의 상황 속 예수의 오심으로 오늘 이 땅에 평화가 가득하길 원하고 또 원한다. 더는 전쟁으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의 절규가 울리지 않길 바라고,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포기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1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을 멈추었던 성탄의 기적이 오늘 2023년 전 세계 전쟁의 참화 속에서 재현되길 간절히 염원한다.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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