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교수
이 민 교수

요즘 방영되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있다. 바로 지니 TV 오리지널의 <사랑한다고 말해줘>(연출 김윤진, 극본 김민정, 기획 KT스튜디오지니).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신현빈 분)이 표현의 장벽, 세상의 반대를 넘어 사랑에 빠지는 클래식 멜로다. 원인 모를 열병으로 청력이 손실된 후 혼자 조용한 세상을 살아가던 차진우에게 수어로 인사를 건네고 말이 없어도 눈빛에 담긴 마음을 읽어내는 정모은이 운명처럼 다가온다. 바닷가에서 좋아해요라고 수어로 고백한 여자에게 남자는 좋아하는 거 함께해요라고 답한다. 눈빛과 표정을 언어 삼아 쌓여가는 이들의 사랑은 어떤 말보다 강하다. 드라마는 비록 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경청하고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능력임을 말해주고 있다.

요한복음 13장의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13;1)는 아가페 사랑의 클라이맥스다. 예수는 불과 몇 시간 뒤에 십자가를 지실 것을 알고 계신다. 제자들이 도망갈 것도, 가룟 유다가 배신할 것도, 그리고 베드로가 부인할 것도 알고 계신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예수는 그들을 끝까지사랑하신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실 때 가룟 유다의 발을 가장 먼저 씻겼다. 예수는 제자들을 사랑하시는데 가룟 유다까지 포함해서 사랑하셨다. 그의 단점을 덮고 장점을 극대화하며 끝까지사랑하셨다. 시간적인 만이 아니라 본질적인 을 의미한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마지막 시간에 할 일이 무엇인가?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끝까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당시 무너져가는 건물 안에서 죽었던 이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로 한 말은 사랑한다는 고백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절실한 마지막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우크라이나 기독교인들이 2023년 가장 많이 읽고 묵상한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316절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1만 명 이상이 죽어간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소망하며 기도한 것이다. 결국은 사랑이 핵심이다. 돈 잃은 사람보다 더 불쌍한 사람은 명예 잃은 사람이며 명예 잃은 사람보다 더 불쌍한 사람은 사랑 잃은 사람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닌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다. 사랑의 능력은 표현의 능력이기도 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Gary D. Chapman, 1938~)이 저술한 5가지 사랑의 언어(역자 장동숙, 생명의말씀사, 2010)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5백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사랑하지만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은 그 마음이 전달되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와 상처가 쌓인다. 결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 소통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5가지 사랑의 언어,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사랑은 배우고 익혀야할 기술이다.

한 유명 배우가 자기 목숨을 끊었다.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의 중요성을 넘어서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난도질, 무분별한 모진 말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난 100년 넘게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던 한국 기독교가 이 죽음에 대해 끝까지 사랑하지 못하며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 잘못이 아쉽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남을 정죄하고 막다른 지경에 몰아넣지 않는다. 약한 죄인을 가혹하게 대하지 말고 회개할 기회를 주라고 가르친다. 누가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참사랑이 아니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이며, 사랑은 주는 자의 것이다.

헨리 나우웬(Henri J.M. Nouwen, 1932~1996)사랑의 복음을 이렇게 기도한다. “저 자신도 실천하지 못하며 사랑을 가르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언젠가는 가르치는 사랑을 행할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실패해도 사랑은 결코 실패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에는 실패가 없습니다.”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용납하며 사랑의 언어를 매일 생활화하기를 소망해본다. 진정한 예배의 시작은 예배당 문을 나설 때 시작된다.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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