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교수
이 민 교수

비타민 C로 유명한 이왕재(1955~) 서울대 명예교수는 면역학 박사로 세계적인 건강 전문가다. 그가 언젠가 <건강백세>라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아는 어떤 목사님이 계시는데 암 걸리기 전의 모습과 암 걸린 후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잘 때 하루를 마치는 기도를 하고 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다라고 기도하고 잡니다. 암 선고를 받고 사는 생이야말로 진짜 인간다운 삶입니다. 암은 축복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욱 충격적이다. “사람은 절대 암으로만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은 죽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죽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 질병은 우울증이다. 이는 세계 인구의 15%에 해당하며 우울증에 기반한 자살률은 대한민국이 세계 1위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자살은 우울증에서 온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자기 자신이 마음을 관리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잊어버려야 하지만 잊지 못한다. 잠을 자지 못하고, 식욕도 감퇴한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며 판단력이 흐려진다.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이며 결국 절망하고야 만다. 그 주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이며 이로 인한 근심 걱정이다.

근심의 사전적 정의는 해결되지 않은 일 때문에 속을 태우거나 우울해 함이며 걱정은 어떤 일이 잘못될까 불안해하며 속을 태움이다. 근심은 과거적이며 걱정은 현재적·미래적이다. 근심 걱정은 일종의 버릇이나 습관이다. 근심 걱정의 7단계가 있다. 첫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한다. 우울증의 시작이다. 둘째, 오지도 않을 가능성이 없는 일을 걱정한다. 이른바, 기우(杞憂, baseless anxiety). 셋째, 뜻대로 안 된다고 걱정한다. 오만한 태도이다. 교만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다. 넷째, 온전히 맡기지 못한다. 가족과 남, 심지어 하나님을 믿지 못한다. 담당자와 후임자에게 위임하지 못하고 걱정하며 간섭한다. 다섯째, 날씨에 대해 걱정한다. 여섯째, 병들까 걱정한다. 일곱째, 죽을까 걱정한다. 문제는 무엇에 대해 걱정하는가의 방향성’, 언제까지 걱정하나의 한계성’, 그리고 걱정의 결과물이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호와께 맡기라”(37:5)고 하신다. ‘전적인 위탁’(total commitment)을 말한다. ‘맡긴다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결과와 운명을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생명의 주인에게 살고 죽는 것을 맡기고 살아야 한다. 어차피 내 뜻대로 되지 못한다. 둘째, 과정과 방법을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인간의 방법과 하나님의 방법은 다르다. 하나님은 완전하고 전능하시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 1949~)인간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고민이며, 4%만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인간의 방법과 생각은 불완전하다. 셋째, 타이밍을 맡겨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소원을 이루어달라고 협박하며 기도한다. 하나님의 경륜적 시간은 내 시간과 다르다. 하나님만의 시간표는 따로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주신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주시겠다는 자식을 끝까지 기다리지 못해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낳았다. 조급함은 불순종이다. 넷째, 판단과 비판을 맡겨야 한다. 의와 불의에 대한 판단은 하나님의 몫이다.

영국의 신학자인 리차드 백스터(Richard Baxter, 1615~1691)는 이를 “His Part and My Part”로 규정한다.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1918~2018)목사의 아내인 루스 벨 그레이엄 여사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목사님은 아무 문제없는 남자였나요?” 대답은 간단하다. “아닙니다. 빌리는 우리와 똑같이 허물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이가 좋을 수 있었죠?”라고 물었다. 루스의 대답은 이랬다. “빌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일(God’s Part)입니다. 내가 할 일(My Part)은 빌리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뿐이죠.”

기독교 윤리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 1892~1971)의 기도문을 묵상해보자.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th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the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하나님이여,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냉정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이것이야말로 전적 위탁의 신비로움이다.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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