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교수
이 민 교수

설교학자 포사이드(P. T. forsyth, 1848~1921)기독교는 설교로서 일어서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설교는 복음의 선포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복음이 없는 설교가 곧 타락한 설교이며 설교의 타락은 교회를, 교회의 타락은 사회를 타락시킨다는 의미다.

목회자는 무엇을 설교해야 하는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한 일체를 말한다.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셔서 성육신하시고, 십자가에 죽으셔서 인간의 죄를 사하시고, 부활, 승천하시고, 다시 심판주로 오신다는 내용이 복음의 핵심이다. 물질의 복, 세상의 권세와 명예, 그리고 윤리규범은 복음이 아니다. 십자가의 죽음, 부활, 천국, 심판과 구원의 종말론을 빼고 어떻게 설교할 수 있는가? 언젠가 곽선희 목사가 한경직 목사에게 질문했다. “목사님, 왜 설교에서 정치 비판을 안 하십니까?” 한 목사의 대답은 간단하다. “청와대가 들을 소리를 왜 교인에게 해야 하나?”

곽선희 목사는 설교를 두 부류로 나눈다. ‘아가페 설교에로스 설교. ‘아가페 설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오시는 것이요, ‘에로스 설교는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복 받기 위한 기복 사상이며 율법에 불과하다. ‘사랑하라’, ‘효도하라’, ‘계명을 지켜라는 윤리적 계몽운동이며 사회복음주의다. 복음은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한다. 지금도 사랑한다. 끝까지 사랑한다!”이다. 이것이 없는 설교는 율법이며 인본주의에 불과하다.

곽선희 목사는 한국교회 설교자들의 85%가 복음을 설교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한다. “율법, 윤리, 철학, 세상 이야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설교, 생태계와 인권에 관한 설교는 복음이 아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복음 없는 설교를 들으러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 목사의 설교에 복음만 있으면 교회에 오지 말라고 해도 나온다. 따라서, 목사의 설교가 복음으로 중생해야 한다. 복음이 있으면 목회하는 목사가 먼저 즐겁고 그 다음에 교인들이 즐겁다. 교인들 스스로가 복음에 취하면 나오지 말라고 해도 교회에 자발적으로 열심히 나오며 교회생활을 즐긴다. 교인들 자신이 먼저 복음으로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나온다. 이렇게 해서 교회는 부흥한다. 복음의 반대는 율법이다. 억지로 하는 것은 복음이 아닌 율법이다. 이것이 바울 신학의 핵심이다. 밤낮 사랑하라, 사랑하라고 하는데 사랑할 마음이 생겨야 사랑한다.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무조건 사랑하라라고 외치기만 하면 이것은 복음이 아니라 윤리강연이다.” (설교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P.130, 이중표 외 지음, 쿰란출판사, 2002)

곽 목사에 따르면 예수님의 설교 중 최고의 아가페 설교는 탕자의 비유다. 여기에서 탕자가 회개하고 아버지 집에 돌아온 것이 훌륭하고 위대하다고 해석하면 그것은 율법적 판단이다. 아버지는 탕자가 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다. 그가 돌아올 때 기뻐했다. ‘왜 돌아왔나?’ 할 말 많지만 아무 말이 없다. 죽었다가 살았고, 잃었다가 얻은 아들이기에 잔치는 열렸다. 이 비유에서 아버지에 초점을 맞추면 아가페 설교이고, 아들에 초점을 맞추면 에로스 설교. 이는 율법주의 관점의 해석이다. 이처럼 성서적 설교는 율법주의와 지식과 윤리 위주의 설교, 그리고 기복주의와 사회복음주의에서 벗어난 복음 설교다. ‘아가페 설교가 복음 설교이며 이것이 곧 모범적 설교. 곽선희 목사가 말하는 복음 설교는 십자가와 하나님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이 건강한 것도 하나님의 복이지만 질병과 고난도 저주가 아닌 더 큰 복이며 하나님 사랑의 계시다.

그런데, 목사가 복음 설교를 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 근본적 배경은 한국 고유의 유교·불교·샤머니즘(Shamanism)·식민지 문화 등의 혼합주의와 진화론적 유물 사상이다. 전통적 혼합주의는 한국인의 전통적 종교성인 복의 개념을 기독교에 접목시켜 예수 믿으면 질병도 고치고, 출세하며, 부자 되며, 장수한다는 변질된 복음을 생산했다. 유교적 계층사상은 교회 안에 귀족화를 부추겨 교회 직분과 성직자 직분을 상업화하는 폐단을 낳았다. 진화론적 유물 사상은 신약성경의 기적과 사건들을 신화로 규정하여 설교자로 하여금 믿지 않도록 불신앙을 초래했으며 교회가 복음이 아닌 물질을 추구하는 세속화를 가져왔다. 또한, 이는 예배를 등한시하는 기독교 문화를 생성하여 교회가 구제나 봉사로만 일관하도록 사회복음주의라는 폐단을 낳았다. 이 영향으로 일부 목사들은 교회의 비본질적인 면을 강조하여 설교를 이것으로 채운다. 목사들은 복음의 실체를 모른 채 설교하고 있다. 그 설교를 듣는 교인들도 복음이 무엇이지 모른 채 설교를 들으며 신앙생활하고 있다.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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