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으며

▲ 윤세중 목사


1.
흐트러짐 없는 속도
조급하지 않은 추적.

그러나 끝없이 끝없이 내 삶의 앞뒤를 에우시는 발걸음 그 소리.

내 고난의 골짜기에서, 끝 모를 외로움의 광야에서
두려움의 밤 바다에서, 불가항력의 절벽앞에서

우겨 싸이고 거꾸어 트림을 당하는 낙심의 눈물속에서
환란과 혼돈 그 절망속에서

조용히 다가와 덮어주시는 세마포 한 자락.

내 눈물 씻으시던 손바닥에서 보았던
피로 쓰신 내 이름
구멍 뚫린 손목의 선명한 못자국

내 삶을 덮었던 칙칙한 그늘
땀 냄새 피 냄새 가득한 예수님 손 그림자

내 눈 감아야만,
내 호흡 멈추어야만 받을 수 있는
깊은 숨소리.

2
그리고 나는

내 가면의 얼굴을 벗는다.

주님,
작은 이익 앞에서 비굴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거짓 기도를 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눈물없는 기도를 듣지 말아 주시옵소서.
마음없는 기도를 듣지 말아 주시옵소서.

이따끔씩 나를 깨트리실 때,
내 안에서 굳어진 것들 깎아내고 벗겨 내실 때
화려하게 입고 있는 내 의식의 껍질들까지도 벗겨 주시옵소서.

주님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정결한 예물로 열납 되어질 삶의 순전함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언제든지 말씀을 선택하고, 말씀에 의하여 선택되어지는 삶이 되게하여 주시옵소서.

비록
조금 더 고독해 질 지라도.
조금 더 아파질 지라도.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한국독립교회 선교단체연합회 목회국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